매일신문

자식과 따로 사는 홀몸노인 32% 급증

자식과 헤어져 살거나 자식에게 버림받아 매년 어버이날에 카네이션조차 구경할 수 없는 '홀몸노인'들이 급증, 이들을 돌봐줄 사회.제도적 시스템 확충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대구시에 따르면 지역 홀몸노인수는 지난 2000년 1만1천736명에서 지난해엔 1만5천479명으로 32%가 늘어났다. 이 중 부양가족이 없는 순수 '홀몸노인'은 1천900명에서 1천954명으로 겨우 3%인 54명이 늘어났을 뿐인데 반해 부양가족이 있는 홀몸노인은 9천836명에서 1만3천525명으로 무려 38% 3천79명이나 급증했다.

또 가족이 있다는 등의 이유로 정부에서 지원하는 매달 40여만원의 국민기초생활보장지원금마저 받지 못하는 노인들이 전체 홀몸노인의 절반 가까운 6천760명에 이르고 있다. 이는 2000년 2천824명에 비해 무려 139% 3천936명이나 늘어난 수치다.

6일 오전 오랜 떠돌이 생활로 병약해 보이는 김모(65)씨가 대구 칠성시장에서 폐박스를 손수레에 주워 담고 있었다.

5년전부터 자식과 헤어져 산다는 김씨는 3일마다 한번씩 폐박스를 판 돈 1만여원으로 인근 쪽방 거주비를 마련, 하루하루를 힘겹게 지내고 있다. 부양가족이 있다는 이유로 국민기초생활 보장수급권자에도 해당되지 않기 때문이다.

김씨는 "자식과 헤어져 하루하루 폐박스를 주워 연명하는 나같은 늙은이가 이 인근에만 10여명"이라며 "어버이날에 카네이션을 단 노인들을 보면 가슴 한 구석이 저려온다"고 말했다.

지난해 6월부터 대구시 북구 산격주공아파트에 동생부부와 함께 살고 있는 이모(89)씨도 다가오는 어버이날에 카네이션을 달아줄 사람이 없다.

동네 주민들이 놀이터에 혼자 서성거리는 이씨를 발견하고 인근 산격종합복지관에 데려간 것은 지난해 11월. 영세민인 동생 내외가 건설 현장을 떠돌아다니기 때문에 이씨 혼자 지낼 때가 많지만 보살펴 줄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주민들은 약간의 치매증상이 있는 이씨가 자식에게 버림받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복지관 관계자는 "부양가족이 있지만 홀몸 사는 노인들을 복지관에서 일일이 파악하기가 불가능하다"며 "홀몸노인에 대한 전수조사를 벌여 보살핌이 필요한 사람들을 가려내는 일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정재호 대구시 서구 제1종합사회복지관장은 "부양가족이 있는데도 혼자 사는 노인들 중에는 재산이 있거나 경제활동능력이 있는 이들도 일부 있지만 무료급식소를 전전하며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며 "전통적 '효'사상을 더 이상 기대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이들을 돌봐줄 사회.제도적 '효' 시스템을 구축하는 일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이상준기자 all4you@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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