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카드 빚' 위험수위 아닌가

건전한 소비는 경제활성화의 원동력이다. 그러나 최근 카드를 이용한 과다 소비, 특히 현금대출인 '카드 빚'이 폭증하고 있다는 것은 우리 경제의 건전성을 해치는 심각한 요인이 아닐 수 없다.

지난 1/4분기 국내 25개 신용카드사 고객의 현금대출 이용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63%나 늘어난 100조1천억원에 달했다는 통계는 무턱댄 소비 심리의 팽창을 말해주는 것이다. 1/4분기에 벌써 국민의 카드 빚이 1년 예산 규모에 육박하고 연말까지는 적어도 400조원을 넘어설 것이라고 하니 카드로 카드빚을 갚아야 하는 악순환의 끝은 어디인지 종잡을 수가 없다.

은행 강도, 연쇄 살인사건, 자살 사이트, 모녀 투신 등에서 보듯 이미 카드 빚은 우리사회 불안 요인의 중심부에 깊숙이 자리잡고 있다. 경제적 부작용을 넘어 점차 거대한 사회문제로 비화되고 있는데도 당국은 여전히 뒷짐만 지고 있으니 국민의불안은 극에 달하고 있다.

정부는 외환위기 이후 소비활성화를 통한 경기부양책의 일환으로 현금서비스 한도액 70만원을 폐지했으며 카드사들은 고객 신용도에 따라 1천만원까지 현금서비스를 하고있다. 문제는 무분별한 발급이다. 3월말 현재 발급 카드수는 9천600만장으로 1억장에 육박, 경제활동인구 한 사람당 평균 4.3장의 카드를 보유하고 있다고 하니 업체별 과잉 경쟁을 눈감아 준 것이 아니고 무엇인가.

현금대출 위주의 영업을 지양하라는 정부의 방침도 전혀 먹혀들지 않아 카드 전체 사용액 중 현금대출 비중은 64%에 달한다. 카드 모집인의 중복영업과 '길거리 모집'을 금지하자 최근에는 인터넷 영업이 극성을 부리고 있다.

연 20%에 달하는 수수료율로 인해 카드사는 온갖 경품행사를 동원, 오히려 현금대출을 부추기고있는 실정이다. 이미 우리나라의 가구당 빚이 2천330만원에 달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20%가 카드 빚이다.

카드관련 신용불량자가 245만명을 넘어섰다는 것은 신용경제에 심각한 불안 조짐이다. 이대로 방치한다면 신용붕괴로 이어져 한국경제를 또 한번 거품으로 몰고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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