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녹색도시

세계인의 축제 '2002 한.일 월드컵'이 'D-24'로 다가왔다.며칠전 KBS 1TV에서 방송한 특집프로그램 '월드컵 취재 본부' 대구편에서 사회자는 "녹색의 도시 대구 월드컵 경기장"이라고 소개했다.

'녹색의 도시'라는 어휘가 익숙하지 않아 순간적으로 많은 생각이 스쳤다.전국에서 제일 덥고 추운 도시, 물고기 한 마리 살 수 없을 정도로 썩어 버린 금호강, 말라 바닥이 보이는 볼썽 사나운 신천, 제대로 된 볼거리, 먹을 거리가 없었던 대구가 수년사이 녹색의 도시가 됐다는 것이다.

고마울 따름이다. 사실 나는 요즘 누구보다도 대구가 녹색의 도시임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며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다.

수많은 나무와 꽃으로 조성된 넓은 도로와 자연 친화적으로 가꾸어진 월드컵 경기장 주변도로를 한번 달려보라(덕분에 과속 스티커는 몇 번 받았지만).

신천(新川)은 어떠한가?말랐던 신천에 물고기가 뛰어 놀고 새들이 날아든다. 시원한 분수와 함께 낚시하는 시민의 모습이 전혀 낯설지 않고 저녁이면 꽃길을 걷고 달리며 땀 흘리는 시민들의 얼굴에서 희망을 찾는다면 너무 낭만적인 것일까?

이 녹색의 도시를 음악이 흐르는 도시로 만들 수는 없을까하는 생각을 해본다.대구의 시민들이나 문화예술인들은 스스로 문화 예술의 도시에 산다고 자부해왔고 열악한 환경과 문화예술의 중앙 집중화 현상 속에서도 자긍심을 잃지 않으려 노력해왔다.

야외공연장에서는 수만명의 시민을 위한 오폐라 공연이 열리고 문예회관 대극장을 비롯한 각 공연장에서는 거의 매일 음악회가 열린다.

이제는 클래식 음악을 생활화할 때가 됐다. 작은 카페나 지하철에서의 작은 음악회, 공원과 도심의 찾아가는 음악회, 교회에서 성당에서 산사에서 우리들의 영혼을 맑게 해주는 고귀한 음악회가 필요한 때이다. 언젠가는 대구가 이러한 음악이 흐르는 도시로 소개 될 수 있을 것을 믿는다.

최영은(대구음협회장.대신대 교수)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