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간선도로 막히면 지름길로...

꽉 막힌 도심대로와 간선도로를 피하려는 '지름길' 차량이 급증, 골목길은 물론 한적하던 농로 곳곳에서 교통대란이 일어나고 있다.

이미 상당수 골목길과 농로는 상습 정체 구역으로 전락, 인근 주민들의 주거환경과 보행권마저 크게 위협하고 있다.

7일 오후 7시 대구시 남구 대명동 삼각지 네거리에서 계명대 네거리까지 500m 구간. 퇴근길 교통정체 현상이 심화되면서 대로와 맞닿은 폭 3m 쌍마빌딩 부근 골목길로 순식간에 수십대의 차량들이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 차량들은 대로로 나오려는 반대방향 차들과 뒤엉켜 이내 옴짝달싹 못하는 신세가 됐고 보행자들은 차량들 틈을 이리 저리 헤집으며 힘들게 골목길을 걸어나오고 있었다.

달서구 유천네거리 유천주유소 부근 골목길도 대표적 상습 정체지역. 주민들에 따르면 달서구 대곡동에서 서부정류장 방향으로 들어가는 차량들이 정체가 심한 유천네거리를 피해 이 골목을 자주 이용하는 데다 유천네거리에서 대곡방향으로 좌회전이 안돼 반대방향 차량들까지 이곳으로 몰리면서 출퇴근 시간마다 곤욕을 치른다는 것.

주민들은 "이 일대 일부 골목길은 도로 폭이 2m정도에 불과하다"며 "양방향으로 차가 몰리면 먼저 빠져나가려는 차량들이 서로 경적을 울려대는 통에 시끄러워 견딜 수가 없다"고 말했다.

교통대란으로 몸살을 앓기는 한적하던 농로도 마찬가지.폭 4m 농로를 끼고 수십년째 농사를 짓고 있는 대구시 달성군 화원읍 구라1리 50여가구들의 경우 이 지역 농로가 성서공단으로 가는 지름길임이 알려지면서 차량이 늘기 시작, 이미 5년전부터 경운기조차 지나다닐 수 없게 됐다.

달성군청은 교통량이 증가하자 지난해 말 이곳을 왕복 2차로로 만들었다. 그러나 이후 차량이 2배이상 급증한데다 교통정체를 참지 못한 운전자들이 소농로까지 마구잡이로 진입, 이제는 논과 논 400m 사이에 세줄기로 나 있는 폭 2m 소농로들까지 차량들로 가득차고 있다.

동구 봉무동 부근 농로에도 이곳을 거치면 파군재 삼거리를 거치지 않고 팔공산 자연공원으로 직행할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진 뒤 차량이 넘쳐나고 있다.

교통전문가들은 "무분별한 지름길 문화는 또 다른 상습 교통정체 구역을 낳고 인근 주민들의 고통을 가중시킨다"며 "적절한 골목길, 농로 교통 통제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상준기자 all4you@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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