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된 노인들의 재혼 문제를 취재한 한 언론사는, 저마다 홀로 된 노인들의 재혼에 대해 그들의 자식들 중 52%가 반대하고있다는 보도를 한 바 있다.
우리 사회가 여전히 가문이며 체통 같은 것에 구속받고 있는 사회임을 감안한다면 부모들의 재혼을반대하는 자식들의 태도를 이해 못할 바는 아니지만, 50%를 넘는 그 반대 비율은 아무래도 정상적인 것 같지 않다.
저마다 노부모의 재혼을 반대하는 이유가 있을 테지만, 이 경우 어떤 이유를 대든 그것이 어른스럽지 않다는 것만은 분명하다.비단 성적인 측면을 감안하지 않더라도 삶의 황혼기에 이른 노인들이 저마다의 외로움을 위로 할 수 있는 이성의 친구와 동거 내지 재혼한다는 것은 무척 아름다운 일일텐데, 그들의 자식들 중 반 이상이 부모의 재혼에 반대한다는 것이다.
나는 이런 현상이 가족 구성원의 결혼을 둘러싼 우리 사회의 오랜 가장권(家長權)의 횡포에 따른 필연적인 폐해라고 생각한다. 아무리 자유연애가 보편화되었다고 해도, 아직도 우리사회에서 자녀들의 결혼 문제는 부모들의 의사에 의해 좌우되는 경우가 많다.
자식의 배우자 될 사람이 마음에 안 들 경우, 많은 부모들은 '내가 어떻게 기른 자식인데…', '내가 누구 때문에 사는데…'라는 이유를들어 자신의 고집을 꺾지 않으며, 이 경우 적잖은 자식들은 그 고집을 사랑으로 오해하여 부모에게 꺾이고 만다.
희극도 이만한 희극이 없다.자식들의 상당수가 부모들의 재혼을 반대한다는 오늘날의 현실을 보면서, 나는 가장권을 내세워 자식들의 결혼에 관여했던 부모들이늘그막에 자신들이 자식들에게 휘둘렀던 폭력을 고스란히 받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부모들이 다 큰 자식들을 끝까지 잡아두었듯이, 자식들 또한 무의적으로 끝까지 부모들의 삶에 간섭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그것이다.
자식을 놓아주지 못하는 부모는 엄밀한 의미에서 어른이 아니며, 같은 이유로 부모의 삶에 관여하는 자식들 또한 어른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는 이런 철없는 짓들을 근사하게 포장하고 또 유지하려고 한다. 정치판부터 시작해서 우리 사회의 구석구석이 아이들의 난장판과 다름없어 보이는 원인 또한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계명대 교수.문예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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