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검찰이 이상하다

최규선 게이트 수사를 맡고 있는 서울지검이 타이거풀스 대표 송재빈씨의 소위 '카더라'내용을 그대로 발표한 것은 '이상한 검찰'이라는 비판을 면할 수 없을 것 같다.

서울 지검은 송씨가 "지난 3월말 한나라당에 보험을 들어뒀다"는 말과 "김희완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과 통화중 '최규선이 이 총재에게 윤여준을 통해 방미경비로 20만 달러를 줬다'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고 발표했다.

이 내용은 사실일 수도 있다. 그러나 돈을 준 장본인인 최규선씨가 준 일이 없다고 일관되게 부인하고 있는 데다 발언을 했다는 김 전 정무부시장은 지금 도피중이다. 게다가 수사를 통해 확인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전례(前例)없이 발표한다는 것은 누가 봐도 검찰이 이상하다고 느낄 일이다.

게다가 이 문제는 지금 민주당의 설훈 의원이 한나라당 윤여준 의원에게 돈을 줬다는 내용이 담긴 테이프와 증인을 공개하지 못한 소위 '말 바꾸기' 폭로로 검찰의 조사를 받고 있는 사안인데다 야당 대권후보와 관련된 민감한 문제이다. 이러한 문제를 확인도 없이 발표한다는 것은 검찰의 정치관여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더욱이 이상한 것은 발표배경 설명에서 "브리핑에서 기자들이 물을 것으로 기대했는데 묻지 않아서 이범관 서울지검장과 협의를 거쳐 발표하게 되었다"는 부분이다. 특히 이 지검장은 지난해 보물선 사건과 관련된 대통령의 처조카 이형택씨에게 골프주선을 한 것으로 물의를 빚었으며, 국민의 정부 초대 민정수석비서관을 지낸 사람이 아닌가. 오해를 살 수 있다.

그리고 최규선 게이트를 해결하려면 무엇보다 미국으로 도피한 최성규 전 총경을 불러오는 일이다. 그런데 이를 등한시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으며 김 전 서울 부시장이 도피중이라지만 이 역시 의욕을 보이지 않는 것이 아닌가하는 의심을 사고 있음을 검찰은 알아야 한다. 그 증거가 바로 시민단체들로부터도 대통령 아들에 관한 한 특검제 도입이 필요하다는 소리가 나오고 있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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