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동(46·대구시 북구 침산동)씨 삼부자에게 올 5월은 유별난 가정의 달이다. 지난 2년 동안 매달 두번씩 둘째, 넷째 일요일마다 부자간의 정을 새록새록 키워온 백두대간 종주가 26일 진부령 구간을 끝으로 드디어 결실을 맺기 때문이다.그동안 흘린 땀보다 더 많은 부자간의 사랑과 형제간 우의를 확인한 산행이었다.
2년 전 안내등산팀 K2투어와 한차례 백두대간 종주를 경험했던 이씨가 두 아들과 함께 다시 백두대간 종주에 나선 것은 2000년 7월. 토요일마다 등산에 나서는 아버지를 따라 가고 싶다는 두 아들로부터 『꼭 백두대간 종주를 해낸다』는 약속을 얻어내고부터다.
백두산과 지리산을 잇는 총길이 1625㎞의 백두대간 중 지리산에서 향로봉까지 남한구간 690㎞. 적어도 하루 6시간은 산행을 해야하고 이따금씩 무박때면 10시간 이상을 걸어야 하는 힘든 여정이었다. 당시 남구(침산중 1)군이 초등학교 5학년이라 쉽지않은 결정이기도 했다.
"매달 두 번씩 같이 웃고 고생하며 산 곳곳의 환경파괴 현장을 만나면 함께 분노하다보니 두 아들과는 친구가 됐죠" 이씨에겐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책임감 때문에 별 저항없이 2년을 따라준 아이들이 대견스럽기만 하다.
그러면서도 "일요일마다 빨래를 도맡은 아내가 제일 고생을 많이 했다"며 고마워했다. 산행이 가족 모두에게 서로의 소중함을 되새기게 해 준 셈이다.
"한 겨울 무릎 위까지 쌓인 눈길을 앞장서서 뚫어주는 믿음직한 아버지를 볼 수 있어 기뻤습니다". 정섭(침산중 3)군은 그 동안 표현은 하지 못했지만 아버지에 대한 무언의 믿음이 생겼다며 좋아했다.
이들 3부자는 2년간의 산행 기간 중 아이들 외할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와 컴퓨터 시험, 성묘 기간 등 세 번 산행을 같이 하지 못했다.
이는 두 아들이 더 아쉬워하는 부분. "이번 여름방학땐 빠진 3일 구간을 다 채울 겁니다. 애초에 아버지와 한 약속인데 지켜야죠"
박운석기자 stoneax@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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