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동화사 주지 선거에서 지성(知性) 스님이 당초의 열세를 극복하고 이긴 것은 화합승가의 원융살림을 열망해온 문중과 계파간 연대가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한 문중의 뿌리가 미약한 동화사의 특성상 선거로 인한 갈등과 후유증을 최소화하기 위해 제시한 '단임제' 공약도 큰 설득력을 발휘했다는 평가이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 진 기득권 세력, 즉 성덕 스님쪽에 줄을 섰던 승려들은 교구 본사의 중요 보직은 물론 말사의 주지 자리를 모두 내놓고 속된 말로 '보따리를 싸서 떠나야' 할 처지에 놓였다.
그러니 절집의 선거가 세속의 정치판보다 더 치열하고 합종연횡이 난무하는 것이 아닐까. 선거에 지면 크고 작은 절의 문패를 내리고 줄줄이 떠나야 하는 판에 제행무상(諸行無常)이니 생사거래본무실(生死去來本無實)이니 하는 불가의 경구는 끼어들 여지가 없어 보인다. 그야말로 이판사판이다.
이런 상황에서 기왕에 지역 불교계의 화합을 선언한 지성 스님이 덕장이라는 평가답게 반대편의 일부라도 끌어 안을 수 있다면 선거로 인해 깊어진 분열과 갈등의 골을 메울수 있는 기틀이 되지 않을까.
사실 불교계가 안고 있는 보다 근본적인 현안은 사면복권 문제이다. 지난 1994년(서의현 총무원장 사퇴)과 98년(정화개혁회의 사태) 종단분규로 멸빈.제적 등 중징계를 받았거나 공권정지된 사면복권 대상자가 약 120~140여명에 이른다. 이중 동화사.은해사 등 지역 사찰에 승적을 뒀던 승려들도 적잖은 비중을 차지한다.
사회법으로 말하자면 멸빈은 사형, 제적은 무기징역에 해당되는 중벌이다. 세간의 정치사에 비유하면 성즉군왕(勝卽君王)이요 패즉역적(敗卽逆賊)이 아닌가. 종단의 분규가 일어날때마다 화합과 공생보다는 결사항전이 앞설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정대 총무원장이 공약한 사면복권은 지난해 9월 중앙종회에서의 공론화에 이어 새 종정 법전 스님도 "멸빈은 종단의 가장 큰 비극"이라며 사면의지를 표명했다. 멸빈된 스님 중 긴 세월 포교와 수행에 정진해온 다수의 스님들은 적법한 절차에 의해 구제해야 한다는 여론을 더이상 무시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승패가 엇갈리고 극형이 잔존하는 것은 아무래도 화합가풍과 자비문중에 어울리지 않는다. 올 부처님 오신날을 앞두고 작게는 동화사의 대화합과 크게는 종단의 대사면을 기대해 본다. 세속이 시끄러울수록 산중의 자비 원력이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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