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 봉산문화거리 거닐 수 있는 거리돼야

서울 인사동이 주말에 차없는 거리로 선포되며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문화의 거리, 관광의 거리로 비상하고 있다.

그러나 대구의 도심 한가운데 있는 '봉산동 문화의 거리'는 지난 93년에 문화의 거리로 지정될 때와 크게 달라진 게 없어 본격적인 '대구의 문화거리'로 육성해야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현재 '동원 화랑' '송아당 화랑'등 20여개 화랑이 들어서 있는 '봉산동 문화의 거리'는 단일 지역에 밀집해 있는 화랑수로는 서울 다음으로 많은 규모를 보이고 있다.

1993년부터 봉산 미술제를 개최하는 등 문화거리로서 면모를 보이려고 민관이 노력하는 가운데 올해는 봉산문화회관이 착공될 예정이다. 또한 지난해 중구 청소년 문화의 집이 개원, 명실상부한 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할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그렇지만 이런 활발한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봉산동 문화의 거리'는 서울 인사동 거리에 비해 부족한 점이 많다.인사동 길은 종로에서 시작되는 남쪽 입구부터 북쪽 끝인 안국동 로터리까지 600m 남짓하지만 옆으로 뻗어있는 골목골목까지 합한다면 꽤 넓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오래된 전통 한옥, 전통 찻집, 골동품 가게 등 사람들의 눈길을 붙잡는 볼거리 외에도 유명 화랑, 신세대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커피전문점 등 발길을 붙잡는 많은 신구(新舊) 문화요소들이 존재한다.

보기만 해도 정감이 갈 정도로 조경미가 뛰어난 가게들이 즐비한 골목을 따라 길을 걷다 보면 어느샌가 한국의 전통을 만나게 된다는 점이다.

그러나 대구 '봉산동 문화의 거리'는 화랑과 표구사를 제외하고는 나름대로 특징을 지닌 문화상품을 취급하는 곳이 없고, 젊은이들이나 이곳을 찾은 관광객들이 즐겨 찾을 만한 휴식공간마저 없다.

또 생활시간대의 변화로 밤에 활동하는 인구들이 늘고 있으나 대부분 화랑들이 오후 7시만 되면 문을 닫아 버려 퇴근후 직장인들이 찾기 힘들게 돼 있다.

"인사동 거리와 비슷한 모습이면서도 화랑 말고는 특별한 문화장소도 없고, 주변 골목골목은 다세대 연립주택 공사 등으로 마구 파헤쳐져 있어서 이곳이 진정 문화의 거리라고 할 수 있는지 의문스럽습니다"(문현구.32).

"거리 전체가 너무나 낡은 건물로 이루어져 있고 계획적이지 못한 거리 구성인지라 '봉산 문화거리'를 찾아보고 실망했습니다. 밤에는 청소년 문화의 집만 훤할 뿐 다른 곳들은 일찍 다 문을 닫았더군요"(이창환.29)

봉산동 문화의 거리를 대구의 살아있는 문화현장으로 탈바꿈시키려면 이 일대에 문화 관련 업소가 들어올 수 있도록 지원책을 모색하거나아름다운 간판달기 유도, 인근 이천동 골동품골목과의 연계 방안, 유동인구나 젊은 층을 흡수할 수 있는 다양한 이벤트의 개발 등이 복합적으로 이뤄져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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