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쯤 이혼을 생각해보지 않은 부부가 얼마나 될까.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해 전국에서 약 13만5천쌍이 이혼(대구.경북 약 1만2천쌍)했다. 이혼 사유는 부부불화가 단연 1위였다. 이혼을 진지하게 생각하는 아내와 남편, 이혼한 여자와 남자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이혼하고 보니…
▶38세 광고 기획사 직원 김씨(여.대구시 서구)는 2년 전 이혼했다. 남편이 술집 여자와 정이 든 탓이었다. 그저 술집 여자이려니 생각했는데 남편은 "집에 와도 늘 없는 사람보다 술집이지만 언제나 그 자리에 있는 여자가 좋더라"고 했다. 이혼 후 어린이 날, 어버이날 등 가족 행사가 많은 5월이면 우울해진다. 별로 내키지 않아 하는 친구를 불러내 술을 마시며 5월을 보낸다.
▶37세 대학 강사 박씨(남.대구시 수성구)는 작년에 이혼했다. 결혼 초부터 장모가 사소한 일에도 간섭이 심했다. 동료들과 술 한잔을 해도 꼬박꼬박 보고해야 했다. 아내와 장모는 번갈아 가며 술집으로 전화를 걸어 누구와 마시는지, 언제까지 마시는지 감시했다. 아내는 낭비벽도 심해 내 수입으로는 감당하기 힘들었다. 다행히 아기도 없어 이혼한 후 오히려 홀가분해졌다.
♣이혼하고 싶다
▶39세 전업주부 정씨(대구시 동구)는 경제적 이유로 이혼을 생각한다. 남편은 선배와 사업을 해 실패하고 다시 장사를 시작했는데 또 그 선배와 같이 한다. 여전히 실패로 나타나고 있다. 작년 한해 동안 집에 가져온 돈은 겨우 300만원. 오히려 가져간 돈이 훨씬 많다. 아무리그 선배와는 같이 일하지 말라고 해도 말을 듣지 않는다. 음주운전으로 면허 취소, 정지를 각각 한번씩 겪었다. 한푼씩 모으는 재미는커녕 빚만 자꾸 늘어난다.
▶33세 전업주부 유씨(대구시 달서구)는 구두쇠 남편이 목을 죈다. 남편은 첫 아들의 보행기며 유모차, 장난감도 아파트 재활용품장에서 주워왔다. 때가 곳곳에 묻어 있었고 먼지가 부옇게 쌓여 있었다. 생활비는 월 3만원을 준다. 쌀은 친정에서 받아먹고 반찬만 사면된다지만 3만원으로 어떻게 한 달을 살 수 있나. 3만원 주고 매월 가계부를 검사한다. 남편은 공무원이다. 그 정도로 아끼지 않아도 살 수 있다. 싸우는 것도 이제 지쳤다.
♣이혼에 대한 환상
▶이혼과 동시에 전배우자와의 지긋지긋한 관계가 청산될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대다수 이혼자들은 이혼 후에도 상대방 집안과 크고 작은 마찰을 일으킨다. 자녀가 있을 경우 악연은 평생 청산하기 힘들다.
▶신나게 연애할 수 있을 것이다= 환상 중의 환상이다. 여성들은 이혼 후 10년이 지나도록 한 남자도 사귀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남자의 경우 유흥가 여자를 빼면 연애하기 힘들다. 친구들마저 이혼자를 귀찮아할 때가 많다.
▶언제든 새 출발을 할 수 있다= 속단할 일은 아니다. 사랑에 빠지기가 훨씬 어려워지며, 결혼 실패의 경험 때문에 쉽게 결정을 내리지도 못한다. 자신의 처지는 더 초라해졌는데 놀랍게도 눈은 더 높아져 있다.
조두진기자 earful@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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