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순(47.대구시 달서구 상인2동)씨를 만나 얘기를 나누다보면 절로 마음이 들뜬다. 밝고 활력이 넘치는 몸짓, 빠르고 거침없는 목소리….처음 대하는 사람인데도 오랫동안 만나온 친구처럼 금세 친해진다. 한마디로 톡톡 튀는 여성이다.
그러나 서씨의 가정환경을 보면 그녀의 구김살없는 생활태도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을 정도다. 그는 세 어른을 모시고 산다. 요즘 젊은세대라면 거의 다 외면할 어른 봉양이지만 그는 시아버지(78)와 시어머니(79), 시고모(74)를 한 집에서 모시며 화목한 가정을 꾸려가고 있는 중년의 주부다.
시어머니 박선조씨와 시고모 성순출씨는 모두 장애인. 언어장애 3급 판정을 받은 시어머니는 후두암으로 인한 성대 절제수술 등 위, 담낭, 대퇴골절 등 대수술만도 6차례 받았다. 20여년 동안 투병중인 시어머니를 위해 서씨는 싫은 내색 한번 하지 않고 한결같은 마음으로 돌보고 있다. 지난 80년 성씨 집안으로 시집온 이후부터 모시고 사는 시고모님도 청각, 언어장애 2급 장애인이다. 이들뒷바라지에 서씨의 하루 해는 짧기만하다.
지난 8일 제30회 어버이날에 서씨는 큰 상을 받았다. 지극한 효성으로 어른을 봉양한 마음을 격려하는 대통령 표창이었다. 자기만 아는요즘 세태에서 남다른 마음씨를 주변에서 알아준 것이다. 시아버지 성수왕씨의 며느리 칭찬도 한 몫 거들었다. 하지만 서씨의 반응은 의외다.그녀의 표현대로 어른 모시기는 '거저먹기'다. 남들은 어려워할 일일지 모르지만 서씨에게는 병든 어른들의 수발 드는 일은 한마디로 전혀문제가 되지 않는다.
"자랄 때부터 어른 봉양을 옆에서 지켜보며 자랐기 때문에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입니다".청도 각남면 농가의 3남2녀 중 넷째로 태어난 서씨는 어릴 적부터 중풍으로 누운 할아버지를 친청어머니가 일일이 병 수발하는 등 어른모시기에 각별한 것을 보고 자란 탓에 효심이 대물림됐다.
물론 서씨에게도 어려움이 없지 않다. 마흔두살에 찾아온 안면마비 증세가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비록 아무렇지 않다고 하지만 남 모를 시집살이에 신경을 많이 쓴 탓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자기 병에 대해 서씨는 전혀 걱정하지 않는다.
오히려 더 밝은 표정과 목소리로 주변을즐겁게 만든다. 이런 서씨의 마음 씀씀이가 대학생인 딸, 아들을 요즘 신세대와는 다른 제대로 된 아이로 만든 힘인지도 모른다.
지난해 '2001년 보화상'을 수상하기도 한 서씨는 시상금 70만원을 백혈병 어린이 치료비에 전달했고, 올해 어버이날 표창때 받은 상금도같은 달서구에 사는 조선족 교포 최영숙(44.달서구 월성동)씨에게 쾌척했다.
뇌졸중으로 거동하지 못하는 시아버지와 척추협착증으로 투병중인 2급 지체장애인 남편을 봉양하며 사는 최씨의 사정을 알고 선뜻 상금을 내놓은 것. 이런 그의 마음은 어린애 같은 순수함과 낙천적인 성격이 아니었다면 도저히 불가능한 일일성싶다.
작은 플라스틱용기 제조업체를 경영하는 성실하고 생활력 강한 남편 성진태(50)씨와 대학생인 딸과 아들, 그리고 세 어른, 애견 진돗개와 시베리안 허스키. 이들의 따뜻한 울타리가 되고 있는 서점순씨는 많은 식구를 뒷바라지 하느라 손에 물 마를 날 없지만 하루하루가 즐겁기만 하다.
서종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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