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홍걸씨 '얼굴마담' 노릇 했다니

이젠 '대통령 아들'이란 수식어를 앞에 놓기도 신물이 난다. 김홍걸씨가 최규선씨의 주선으로 기업인 10여명을 중국집에서 연쇄면담했다는 보도는 실로 기가 막힌다.

기업인들이 최규선씨를 의심하니까 최씨가 '김박'을 얼굴마담으로 내세워 바람을 잡은후에 돈을 요구했다는 얘기니, 이거 어디서 많이 듣던 수법 아닌가? 최씨에게 10억여원을 찔러줬다는 모건설사 사장의 검찰진술이니 거참 믿을 수도, 아니 믿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홍걸씨와의 면담은 최씨의 호명에 따라 한사람씩 방에 들어가 10분정도 만나는 방법으로 진행됐고, 홍걸씨는 최씨의 소갯말을 듣고있다가 "잘 알겠다"는 말만 했다고 한다. 우리는 과거, 대통령이 청와대서 재벌총수들을 접견, 정치자금 요구하는 수법이 꼭 이랬지 않나 싶다. 이 건설회사 사장은 홍걸씨 면담후 최씨에게 수시로 돈을 건넸고, 그 돈이 홍걸씨에게로 가는줄 알았다니, 그거야 당연한 생각 아닌가.

결국 '김박'이 최씨의 사기(이권개입) 수법에 바람잡이 역할을 하지않았더라면 최씨의 이권개입이 어려웠다는 얘기가 된다. 따라서 최씨도 최씨지만 명색이 대통령의 아들이란 사람이, 김현철씨의 말로(末路)를 두눈 똑똑히 지켜봤을 그가 정치브로커가 시키는대로 분별없이 놀아났다는 행위가, 또 그것이 마구 통했던 이 사회가 참으로 개탄스러운 것이다.

이런 그가 금명간 귀국한다고 한다. 여기에 청와대 관계자는 "검찰소환 통보가 오면 홍걸씨는 노벨평화상을 받은 대통령의 아들로서 부끄럽지 않게 대응할 것"이라고 전했다. 끝까지 웃기려는가? 그의 귀국부터가 '부끄러운 귀국'이요, 그의 언행 하나하나가 부끄럽고, 노벨평화상 운운하는 그 자체도 부끄럽다.

우리는 그가 부디 와서, 검찰에서나마 부끄러운 처신을 하지않기를 바랄 뿐이다. LA 호화주택 구입비의 일부를 또 "외가에서 빌렸다"는 식으로 얼버무리지 말기 바란다. '문제있는 돈'이라는 생각이 없이 최씨로부터 3억원을 받아썼다는 식으로 빠져나가지 말기 바란다. 그 뻔질난 귀국과 '쇼핑백의 진실'을 고백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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