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구린 돈'아니면 돈세탁 왜하나

다시, 대통령의 둘째아들 사건이다. 검찰이 차 정일 특검팀으로부터 이용호 게이트 수사인수 이후 40여일만에 드디어 김홍업 아태재단 부이사장의 '비자금 줄기'를 움켜쥐었다고 한다.

2000년이후 아태재단 행정실장 김모씨와 개인여비서를 통해 16억원을 돈세탁한 꼬리가 잡혔는데, 세탁 수법이 검찰이 혀를 홰홰 내두를 정도로 '프로'였다니 그 사실만으로도 "내가 죄인이오" 자백하는 것 같다. 홍업씨가 돈세탁을 지시했다는 것은 그 돈이 합법적이지 않은 '구린 돈'이란 실토로 이해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아태재단 관계자들의 진술에 따르면 홍업씨의 지시에 따라 현금은 수표로, 수표는 현금으로, 또 어떤 경우엔 바꾼 현금을 다시 헌수표로, 새 수표로 이중 삼중 세탁하는 방법을 썼다고 한다.

마치 도망자가 기차와 택시를 번갈아 타고, 이 골목 저문을 들락 날락 하며 추격을 따돌리는 수법과 하나도 다르지 않다. 검찰이 여기서 대선잔여금 아니면 이권개입에 의한 비자금에 수사의 초점을 맞추는 것은 당연하다.

우리가 이미 지적했듯이 이 돈이 97년에 쓰고 남은 대선자금의 일부라면 대선정국은 또다시 정치 및 도덕성 논란에 휩싸이게 된다. 김대중 대통령은 97년 대선후 '국고보조금과 당비만으로 선거를 치렀다'고 했는데, 이게 거짓말이 되기 때문이다.

만일 이 돈들이 홍업씨가 대통령 아들임을 위세로 하여 대선 후 기업체들을 통해 별도로 만든 몫돈이라면 그 정치적 파장은 더 심각해진다. 동생 홍걸씨와 '형님먼저 아우먼저'식으로 부패경쟁을 벌였다는 얘기가 되기 때문이다.

문제는 검찰수사에 대한 홍업·홍걸 형제의 태도일 터이다. 그들로 인해 빚어지는 정치·사회적 후유증이 실로 우려스런 상황인데도 이 형제들은 아직도 "나 잡아 봐~라"하는 식이다.

하기야 못밝혀내면 무죄, 밝혀내야 유죄지만 못밝혀냈다고 해서 돈세탁한 그 행위가, 최규선의 '얼굴마담'노릇했다는 그 진실이야 결코 숨겨지겠는가? 검찰수사가 계속 '완행열차'를 타게 만드는 건 더이상 대통령을 아버지로 둔 사람들의 자세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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