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정치 무상

3김(金)정치의 특성 중 하나는 필요에 따라 창당과 탈당을 임의로 한다는 데 있을 것이다. 김대중 대통령만 해도3공이후 지금까지 6차례나 창당한 바 있고 마지막으로 창당한 것이 지금의 민주당이고 보면 그의 탁월한 정치 역량에새삼 감탄하게 된다. YS 역시 과거 자유당에서부터 민주, 신민, 민자당으로 흘러온 정치유전(流轉)이 놀랍다.

▲JP의 처세 또한 놀랍기는 마찬가지다. 한나라.민주 양당의 공세속에서 설자리(立地)를 잃고 있는 듯 보이던그가 민주당 이인제 의원을 업고 'IJP연대'를 가시화시키면서 기력(氣力)을 회복하고 있는 것을 보면서 이합집산을 밥 먹듯하는 한국적 정치 풍토를 새삼 확인하게 된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이 의원이 충청권을 공략하면서 "JP는 서산에 지는 해"라고 비유하자 "지더라도 서쪽 하늘을 벌겋게 물 들이겠다"고 서슬 시퍼렇게 응수하던 JP 아니던가.

▲영국의 처칠 수상은 1900년 보수당 후보로 출마, 당선되고는 1904년 자유당으로 당적을 옮겼다. 그러나 처칠의 이적을 두고 아무도 변절했다고 손가락질 않는 것은 그가 보수당의 보호관세 정책에 반대한다는 소신을 분명히 밝혔기 때문이었다.

이에 비해 3김씨가 정치9단'으로 융숭한(?) 대접을 받으면서도 '3김 청산'의 목소리가 갈수록 드높아지는 것은 무엇보다 그들이 대의명분에 입각한 소신 정치를 하는 게 아니라 집권(執權)에 초점을 맞춰 이합집산을거듭하는 이기(利己)의 정치를 했기 때문일 것이다.

▲97년 5월15일날 YS 아들 현철씨가 검찰에 소환됐거니와 같은날 김대중 대통령의 3남 홍걸씨가 검찰 소환 통고를 받은 것은(홍걸씨는 16일 출두) 기막힌 우연이라 할만하다.

평생을 두고 정치적인 경쟁 관계에 있었던 YS, DJ두사람은 나란히 대통령이 됐고 그리고 임기말에는 애지중지하는 아들이 똑같이 검찰에 불려가는 볼썽사나운 꼴을 겪고 있으니그들의 심경이야 두말할 나위 없겠지만 이를 지켜보는 국민들의 심경도 착잡하기는 마찬가지다.

고(故) 박정희 대통령의 아들 지만씨가 마약 복용혐의로 5번째 구속됐나 하면 노태우 전 대통령의 딸 소영씨가 외화 밀반출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았고 YS 아들현철씨에 '홍삼(弘3)'까지….

이쯤 되면 대통령 자격요건에 '자식없는 사람'이라는 단서가 덧붙여질까 겁난다. DJ는 노벨상 수상에 신경쓰기보다 아들 3형제 관리하는 데 신경을 더 썼더라면 하는 아쉬움은 여전하다. 아무튼 노(老)대통령이 자식 감옥가는 꼴 보면서 정치 무상(無常), 인생무상을 되뇌일지도 모를 일이다.

김찬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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