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짜맞추기 수사' 아닌가

검찰수사에서 보통사람으로 처신하겠다던 김홍걸씨는 끝내 '귀하신 몸'으로 귀국했고 검찰출두 날짜마저 제멋대로 잡아 오늘 검찰청 포토라인 앞에 섰다. 최규선씨가 홍걸씨의 이름 석자를 발설한지 근 40일만이니 대통령아들 수사가 참 어렵긴 어렵다.

부모의 가슴에 못을 박고 나라망신까지 시키고도 끝까지 감싸주니 이게 부모의 마음이요, 박지원 비서실장의 독심술(讀心術)이라면 할 말이 없다. 어쨌든 귀하신 몸을 인천공항에서 빼돌리기 위한 관계기관 총동원 작전은 반성과 사죄의 장면을 통해 '카타르시스'라도 할 수 있기를 기대했던 민심(民心)을 외면했다.

우리는 김홍걸씨의 귀국.암행과 검찰의 소환통보 사이의 정황에서 검찰수사의 한계성, 짜맞추기식 수사의 냄새에 우려감을 갖는다. 홍걸씨가 만하루 이상 비밀의 장소에서 변호사와 대책을 세우고, 사건 핵심관련자들과 입맞출 시간을 갖게 해준 것도 의혹이라면 의혹이다.

더구나 홍걸씨의 변호사가 이미 이달초 쥐도 새도 모르게 닷새동안 미국LA를 방문했다는 보도가 사실이라면 홍걸씨가 검찰조사에 충분히 대비한 다음 검찰이 소환일정을 잡은 것아니냐는 추측도 가능한 것이다.그동안의 검찰수사, 핵심인물들의 도피과정 등을 익히 알고 있는 국민들은 이젠 '검사'가 다됐다.

꼭꼭 숨은 김희완 서울시 전 정무부시장과 홍걸씨측이 입맞출게 뻔하다는 것이다. 검찰에서 최규선씨의 자백과 홍걸씨의 주장이 팽팽히 맞설 경우 누가 거짓말쟁이인지를 밝혀줄 인물이 김씨이고 보면 국민은 검찰이 왜 그를 못잡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의혹을 품고 있다. '이명재 검찰'의 수사에 박수를 보내면서도 '검찰내부의 반발자'의 존재여부에까지 머리를 쓸 수 있는게 지금의 우리 국민이란 얘기다.

아마도 홍걸씨는 자신이 최규선씨로부터 받은 돈의 대가성 부인에 초점을 맞출 것이지만 대가성에만 얽매이다보면 수사축소의 의혹을 살 수도 있다는게 우리의 생각이다. 또한 숨겨진 홍걸씨의 '또다른 혐의'가 있다면 검찰은 그것까지도 밝혀내야만 한다. 가다가 중지 곧하면 아니감만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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