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사상 최악의 製造業 '헛 장사'

정보통신(IT)산업이 확산되고 지식기반경제가 절실한 시점에서 제조업에 대한 관심과 중요도가 떨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그러나 이는 소위 '굴뚝산업'인 제조업에 대한 상대적 중요도가 줄어들었다는 것이지 제조업 자체가 뒷전으로 밀려나야 함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최근 국내 제조업계의 침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심각한 것으로 드러나 '실속없는 장사'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제조관련 업체의 재무제표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제조업체의 수익성 지표인 매출액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5.5%로 전년보다

1.9%포인트 낮아졌으며 61년 조사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특히 제조업체 10개 중 3개는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내지 못했으며 경상이익도형편없어 1천원어치를 팔아 13원을 남기던 것이 지난해는 겨우 4원을 남겼다는 것이다. 외환위기 이후 IT산업에 온 국민적 관심이 쏠리는 바람에 제조업이 얼마나 위축됐는지를 보여주는 지표가 아닐 수없다.

문제는 그런데도 기업의 부채 비율이 낮아지는 등 재무구조가 개선됐다는 점이다.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는 바람에 가만히 앉아서 금융비용이크게 떨어졌고 주가 상승으로 상당한 처분 이익이 생겼으며, 환차손이 줄어드는 등 영업외 수지가 개선됐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기업은불로소득으로 그럭저럭 버텨온 셈이다. 제조업은 생산성과 경쟁력이 생명인데도 외부 요인과 정부의 정책효과에 의해 기업이 유지되고 있다는 것은 제조업의 건전성에 심각한 문제를 던져준다.

제조업에서 영업외 수입이 늘어난다는 것은 바꿔 말하면 한계기업의 정리가 늦어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제 기업은 과거와 같은 높은 이익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더욱이 금리 하락에 따른 금융비용 경감도 곧 한계에 이를 것이다. 저성장 저매출 시대에 대비, 영업이익을 늘리려는 노력을 게을리 해서는 안된다. 정부도 상시퇴출시스템을 강화하여 구조조정을 통한 기업의 경쟁력 제고 정책을 가속시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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