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청와대에 수심 가득

김대중 대통령의 3남 홍걸씨가 검찰에 출두한 16일 청와대의 분위기는 무겁고 침울했다. 이날 청와대 직원들은 삼삼오오 모여서 홍걸씨의 검찰 출두 모습을 TV로 지켜봤다.

이들은 최대한 말을 아끼려고 애썼다. 「사태가 어쩌다 이 지경까지 왔나」하는 탄식도 나오지 않았다. 사태가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에 대해서도 전망하려 하지 않았다. 이번 사태에 청와대가 얼마나 고뇌하고 있나를 엿보게 했다.

그들의 표정에는 「대통령의 아들로서 행동거지에 조금만 조심했었으면」하는 안타까움과 함께 앞으로의 사태 전개는누구도 예상못하는 방향으로 흐를 수도 있다는 긴장감이 엉켜 있었다.

그런 가운데 일부 청와대 관계자들은 홍걸씨의 사법 처리는 김 대통령의 국정운영과 아들문제 처리는 분리해 대응할 전기가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홀가분하다는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청와대 참모들은 김현철씨 비리에 대한 대국민 사과이후 김영삼 전 대통령이 「식물 대통령」으로 전락했던 전례로 보아 홍걸씨의 사법처리는 김 대통령의 힘을 빼는 결정타가 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홍걸씨가 극비 귀국한 15일 거의 잠을 이루지 못한 것으로 알려진 김 대통령은 16일에도 아들 문제로 고심하고 있는 표정이 역력했다.김 대통령은 16일 오전 한준호 중소기업특별위원장으로부터 업무보고를 받았으나 보고 도중 내내 침통한 표정이었다는게 참석자들의 전언이다.

김 대통령은 오후 이북5도민 고국방문단 2백여명이 청와대를 방문해 영빈관에서 다과회를 가진 자리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이 여사도 당초 서울시내 모 호텔에서 주한 미상공회의소 주최로 열리는 「실업가정을 위한 후원의 밤」 행사에 참석하기로 했으나 한덕수경제수석에게 격려금을 전달케 하고 참석하지 않았다.

정경훈기자 jgh0316@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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