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상덕의 대중문화 엿보기-정치판의 봄은 언제쯤 오나

"흡연은 비행기 날개 위 스카이 라운지를 이용해 주십시오. 거기서는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가 상영되고 있습니다".사우스웨스트항공(SWA)의 비행기 안에 붙어있는 금연문구. 주의를 주지만 미소를 짓게 한다. 유머가 기능하기 때문이다.

이 회사의 최고가치는 유머다. 신입사원 채용 때도 유머를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둔다. 유머 있는 사람이 맹목적 복종이아닌 자발적인 책임을 다한다고 믿는 회사다. 직원들이 즐겁게 일하는 것만이 경영의 핵심이라는 기업이다. 그런 이유 때문일까. 이 회사는 지난 해 미국 항공업계에서 유일하게 흑자를 기록했다. 불황과 9.11 테러사태를 가볍게 뛰어 넘었다.

지금 한국의 대중문화계도 마찬가지. 유머가 주요코드다. 가수든, 연기자든, 개그맨이든 구분이 없다. 대중문화생산자는 웃겨야 한다.MC 임성훈은 대본에 충실하고 오버를 싫어하지만 사석에서는 Y담을 곧잘 즐긴다. 특히 성(性)을 불에 비유한 20대 성냥불, 30대 장작불, 40대 화롯불, 50대 반딧불은 압권이다. 조형기는 어설픈 콩글리시 팝송으로 대중에게 어필했다.

컨츄리꼬꼬나 캔은 노래가 아니라 애드립으로 먼저 주목받았다. 황수관은 의학상식보다는 재미있는 강연으로 전국적 인물이 되었다. 네모공주 박경림은 탁한 목소리와 외모가 연예인이 되기에 불리했지만 웃기는 재능으로 스타가 되었다. 히트곡수가 많지 않고 새 음반이 나오지도 않은 이문세 독창회가 매회 매진인 까닭은 그의 언변과 무관하지 않다. 각 방송사가 시트콤 제작에 주력하는 것도 시청자를 웃기고 싶어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희극은 보통인 이하의 악인의 모방"이라고 했다. 우스운 것이란 다른 사람에게 고통이나 해악을 끼치지 않는 과오나 추악함을동반해야 한다는 의미다. 그래서일까. 연기자나 가수와는 달리 개그맨 중에는 기형적(?) 외모의 소유자가 많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들을 보고 고통을 받지 않는다. 희극의 본질인 불쾌함에서 출발하지만 결국에는 희극의 목표인 경쾌함이나 공허함에 머물게 된다.

대중문화는 사회현상과 분리되지 않는 것. 정치나 경제와 궤를 같이 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요즈음 우리정치는 세상의 흐름과 달리 한다.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 너무나 어울린다. 모 후보의 큰절은 보통이상의 악인을 모방하는 듯 자연스럽지 않다. 모 후보지지단체의 기자회견은아예 전쟁선언이다. 꽃도 풀도 나지 않는 정치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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