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와 함께하는 오후

시골 버스 삼백리 길/덜커덩거리며

과장으로 승진한 아들네 집에/쌀 한 가마

입석버스에 실었것다.

읍내 근처만 와도/사람 북적거린다

뚱뚱한 할매/울 엄마 닮은 할매

커다란 엉덩이 쌀가마 위에/자리 삼아 앉았것다.

"이놈우 할미 좀 보소/울 아들 과장님 먹을 쌀가마이 우에

여자 엉덩이 얹노? 더럽구로!"/하며 펄쩍 하였것다.

"아따 별난 할망구 보소/좀 앉으마 어떠노

차도 비잡은데…./내 궁딩이는 과장 서이 낳은 궁딩이다".

버스 안이 와그르르/한바탕 하 하 하….

사람 사는 재미가/이런 것이렸겄다.

-류근삼 '민담3-과장님 먹을 쌀'

해학이 넘치는 민담시 가운데 하나이다. 민담시란 민중 속에 굴러 다니는 우스갯거리를 시로 만든 것인데, 웃움과 촌철살인의 지혜를 그 생명으로 한다. 이 시에서도 민중들의 해학과 기지가 넘친다.

이런 재미있는 광경도 보기 힘들게 되었다. 요즘은 과장님 월급도 통장입금되어 돈 구경을 할 수 없다고 한다. 삭막한 세상이 되었다. 농경문화의 따뜻한 온기와 산업사회의 비정함을 맛볼 수 있는 시이다.

김용락〈시인〉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