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히딩크호 '물 올랐다'

시원한 골 잔치였다. 한국 축구대표팀이 2002 월드컵 폴란드전에 대비한 스코틀랜드와의 평가전에서 이전과는 확연히 달라진 모습으로 완승을 이끌어내 전국민의 염원인 월드컵 사상 첫 승과 16강 진출의 꿈을 부풀렸다.

한국 대표팀은 16일 오후 8시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린 스코틀랜드전에서 전반 이천수의 선제골과 후반 안정환-윤정환-안정환의 릴레이골에 힘입어 4대1로 쾌승했다. 이로써 한국은 올들어 A매치에서 3승5무4패를 기록했고 최근 경기에서 무패행진(3승3무)을 이어갔다.

이날 3-4-3 시스템으로 나선 한국은 거스 히딩크 감독 취임 후 공격과 수비에서 가장 안정적인 경기력을 선보였다. 대표선수들은 한단계 올라 선 체력을 바탕으로 90분 내내 미드필드에서 강한 압박으로 상대를 압도했다. 홍명보를 축으로 한 수비진은 한층 더 안정된 모습을 보였고 공격수들도 결정력높은 슛으로 골 가뭄을 일거에 해소했다.

◇골 결정력 합격점

히딩크 감독의 의도대로 골이 터졌다. 빠른 발로 과감한 돌파를 주문받은 이천수는 전반 15분 유상철의 공간 패스를 받아 수비수와 골키퍼를 제치는 개인기를 유감없이 발휘하며 상대 골문을 열었다.

후반 원톱 자리에 황선홍과 교체 투입된 안정환은 13분 강한 중거리슛으로 골네트를 흔들었다. 22분에는 안정환의 패스를 받은 윤정환이 논스톱 중거리슛으로, 42분에는 안정환이 이을용-윤정환으로 이어지는 그림같은 삼각패스로 골을 성공시켰다. 안정환은 2골 1도움을, 윤정환은 1골 1도움을 기록.

◇체력바탕 미드필드 압박

올해 초 북중미전지훈련 때부터 강도높게 실시한 체력훈련이 효과를 드러냈다. 선수들은 체력을 바탕으로 자신감 넘치는 플레이를 했다.

수비수들이 전진 배치되고 체력이 강한 선수들로 구성된 미드필더들이 상대와의 적극적인 몸싸움으로 경기 주도권을 완전히 장악했다.

◇스리백 정착

왼쪽부터 김태영-홍명보-최진철(이민성)로 이어지는 일(一)자 수비라인은 완전히 제자리를 잡았다. 스코틀랜드의 '킥 앤드 러시'에 의한 공간 침투가 우려됐으나 흔들리지 않았다.

다만 홍명보가 빠진 후 상대 세트플레이(프리킥)에 제공권을 내주며 실점, 아쉬움을 남겼다. 최근 5경기 무실점 행진도 마감.

◇세트플레이, 센터링은 보완해야

코너킥을 짧게 연결하거나 전보다 더 길게 연결하는 등 달라진 패턴을 선보였으나 위협적이지 못했다. 프리킥에서는 후반 3분 이천수가 직접 슛하지 않고 안정환에게 빠르게 땅볼로 연결하는 등 변화를 줬다.

좌, 우측 측면돌파가 원활하게 이뤄지면서 센터링이 여러 차례 나왔으나 예전처럼 정확도가 떨어졌다.

김교성기자 kgs@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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