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내기철을 맞아 분주하고 생기넘쳐야 할 농촌 들녘이 '불안하고 희망없는 쌀 농사'라는 분위기로 어둡기만 하다.
18일은 정부의 '쌀산업종합대책' 발표 1개월째인 날. 정부는 올해 쌀 재배면적을 104만3천㏊로 작년보다 4만㏊정도 줄이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논에다 콩.사료 등 타 작물의 전작을 유도하고 논콩 1등품 1kg을 4천770원에 정부가 수매키로 했지만 논콩 재배신청은 안동 45.9ha, 청송 17.46ha, 영양 5ha 등 대부분 지역에서 저조하며 문경과 예천 등은 아예 신청이 없다.
또 논 면적도 안동.영주가 150ha, 문경 45ha, 영양 22ha 등 전체적으로 평균 0.2~0.7%의 감소율에 그쳐 정부의 4% 정도 감소 방침과는 거리가 멀다.
북부지역 농가들은 하나같이 "벼 농사를 포기하라는 처사"라며 "마땅한 대체작물도 값이 하락해 또다시 쌀농사를 지을 수 밖에 없는 현실이 눈 앞을 캄캄하게 한다"는 불만이다.
농민 김충한(64.안동시 풍천면)씨는 "논콩 재배시 일반콩보다 두배의 값을 준다고 하지만 일손부족과 고령인 농촌현실을 감안할 때 어렵다"고 말했다.
또 조훈기(77.영양군 일월면 가곡리)씨는 "고추나 천궁도 과잉생산과 가격하락이 우려돼 어쩔 수 없이 쌀농사를 계속할 수 밖에 없다"고 했다.
정부의 경영이양제와 직불제 등에도 불만이 여전하다. 8천평의 논을 빌려주면 200평당 80kg들이 쌀 한가마를 주는 임대료로는 생활이 어렵다는 것. 게다가 올해 논 임대에 지원해오던 예산을 대폭 삭감, 사실상 혜택을 받을 수 없는 것도 한 원인이다.
이 때문에 쌀전업농 육성을 통한 경영규모화 사업도 상당한 차질을 빚고 있다. 정부는 오는 2004년까지 10만호의 쌀 전업농을 육성키로 하고 농업기반공사를 통해 5천396명 선정을 목표로 3월말까지 연장 신청받았으나 부족현상은 여전하다. 농업기반공사 안동지사도 당초 59명을 선정하려 했으나 49명에 그쳤다.
농민 조영한(69.청송군 청송읍 금곡리)씨는 "쌀 전업농에 대한 농기계 보조가 융자로 전환되고 쌀값하락 등 전반적인 불안심리가 고조돼 신청이 부족한 것"이라고 했다.
농민들의 위기감은 농정 불신으로 번져 영주시 단산면 강덕기(59)씨는 "불과 몇년전만해도 증산을 독려했다"며 "쌀 감산정책을 내놓고 쌀농사를 포기하라는 것은 농민들을 벼랑으로 내모는 것"이라며 정부정책에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조석경(61.영양군 일월면 가곡리)씨도 "1ha당 50만원하는 쌀 직불사업 보조금을 내년에는 70~80만원으로 올린다고 하지만 믿을 수 없다"며 "논에다 콩을 심으라고 하는 것도 언제 어떻게 바뀔지 모를 일"이라고 말했다.
영주시청 김봉현 농사담당은 "감산정책이 마땅한 대체작목 개발 없이 추진돼 가격파동에 따른 책임논쟁을 불러 올 수 있어 권장 작목을 마련할 엄두를 못내고 있다"며 "실제로 농민들은 감산정책과는 상관 없이 쌀농사를 그대로 계속하고 있는 형편"이라고 했다.
엄재진.김진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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