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6년 영국 월드컵 대회.
박두익이라는 걸출한 스타가 포진한 북한은 본선 조별리그에서 강호 이탈리아를 1대0으로 꺾고 돌풍을 일으키며 8강에 오른다. 포르투갈과의 8강전에서 3대0으로 리드하던 북한은 에우제비오에 4골을 내주고 분패했지만 전세계 축구팬들의 뇌리속에 아시아 축구의 가능성을 뚜렷하게 각인시켰다.
또 지난 94년 미국월드컵에서는 사우디아라비아가 북한 이후 28년만에 16강에 진출하며 그동안 성장한 아시아 축구의 내공을 과시했다.
축구팬들은 아시아 대륙에서 개최되는 첫 월드컵인 이번 대회에서 한국과 일본, 중국, 사우디아라비아 등 아시아 출전국들이 다시 한번 '아시아 축구의 돌풍'을 일으킬 지를 주목하고 있다.축구전문가들이 가장 관심을 두는 국가는 아시아 4개국중 FIFA랭킹이 가장 앞서는 일본.
지난 93년 J-리그를 출범시키며 그동안 탄탄하게 다졌던 축구기반을 무기로 단번에 자국의 축구 수준을 업그레이드시킨 일본은 98년 프랑스월드컵에서 사상 첫 본선 진출을 일궈내며 아시아 축구의 강호로 자리매김했다.
이번 대회에서 러시아와 벨기에, 튀니지 등 비교적 만만한 상대와 함께 H조에 편성된 일본은 세계적인 축구스타 나카타 히데토시가 포진한 위력적인 미드필드가 제 몫을 해낸다면 8강까지도 도전해볼 수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근 영국의 스포츠베팅사인 윌리엄힐이 발표한 16강 진출 배당률에서도 일본은 1.87대 1이라는 높은 평점을 받으며 아시아 돌풍을 이끌 국가로 지목됐다.
86년 멕시코월드컵 이후 5차례나 연속해 아시아를 대표, 월드컵에 출전한 공동 개최국 한국도 사상 첫 16강진출을 겨냥하고 있다.
한국은 우승후보로 꼽히는 포르투갈이 버티고 있는 D조에 편성, 16강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버거운 상대인 폴란드와 미국을 제쳐야 한다는 점이 부담이다.
그러나 거스 히딩크 감독의 지도 아래 전술적인 능력을 극대화한 상태고 개최국의 이점까지 얻고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충분히 돌풍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94년 미국월드컵과 98년 프랑스월드컵에 이어 3회 연속 본선 무대를 밟은 사우디아라비아는 자타가 공인하는 중동 축구의 자존심.
80년대부터 꾸준히 아시아 최강의 전력을 유지하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는 98년 대회에서는 프랑스, 덴마크 등과 한 조에 속해 16강 진출에 실패했지만 이번 대회에서는 94년 미국월드컵에서 이뤄낸 16강 진출의 영광을 재현하겠다는 다짐이다.
독일, 카메룬, 아일랜드 등 강호들과 함께 E조에 편성돼 객관적 전력상 16강 진출이 어렵다는 냉정한 분석에도 불구하고 무서운 돌파력를 자랑하는 공격진이 상승세를 탄다면 다시 한번 돌풍의 주인공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 있다는 희망을 갖고 있다.
이밖에 사상 최초의 월드컵 본선 진출로 축제 분위기가 아직 가시지않은 중국은 C조에 함께 편성된 브라질과 터키, 코스타리카를 상대로 1승이라도 거둔다면 성공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그러나 중국 대표팀의 지휘봉을 잡고 있는 전략가가 역대 대회에서 소속팀을 네차례나 16강 이상으로 끌어올렸던 명장 밀루티노비치임을 상기해보면 누구도 결과를 함부로 예단할 수는 없다.
세계 인구의 60%인 36억 아시아인들의 응원을 받고 있는 이들 국가가 아시아에서 처음 열리는 이번 대회에서 돌풍을 몰고 올 수 있을지가 월드컵의 재미를 배가시키고 있다.
김교성기자 kgs@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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