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수지침 '원더풀'

조선시대 최고의 명의 허준(許浚)은 인체를 단순한 생명체로 보지 않았다. 혼돈과 무질서의 대우주가 존재하듯 인간도 하나의 소우주로 생각했다. 그가 '동의보감'에서 의학을 질병 치료라는 단순 기술을 넘어 철학의 수준으로까지 고양시킨 것도 이런 심오한 인간론이 밑바닥에 깔려 있었기 때문이다.

최근 우리나라 한의학(韓醫學)이 동양은 물론 서양에서도 주목을 받는 것도 수백년 전 동양의학을 한단계 높인 그의 세계적인 안목이 없었더라면 불가능한 일인지도 모른다.

0..한국에서 개발된 고려수지침이 관광상품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해에만 2천명이 넘는 외국인이 수지침을 배우거나 진료를 받기 위해 입국했다는 사실은 한국 의술의 '세계화'가 결코 멀지 않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수지침이 새로운 대체의학으로 인정을 받기 시작한 셈이다. 한방병원에서는 외국인 진료실 마련을 서두르고 '한방헬스투어' 프로그램도 계획하고 있다. 보건산업진흥원도 올해 8개 한방병원을 '한방헬스 투어'병원으로 추가 지정하고12개 한방병원 협의체를 구성, 외국인 환자 유치에 적극 나서기로 했다. 이미 한국관광공사는 지난해 한국을 빛낸 관광대상에 고려수지침요법학회를 2위로 선정, 앞으로 한방.수지침 진료를 주력 관광상품의 하나로 육성키로 했다.

0..대체의학이란 서양의학을 제외한 모든 치유방법을 말한다. 질병은 곧 투약이라는 서구적 등식을 파괴하고 인체의 자연 치유력을 중시하는 동양적 치유방법으로침술, 향(香)요법, 식이요법 등이 있다. 그 중에서도 침술은 이미 서양에서도 보편화돼 있다.

특히 고려수지침은 배우기 쉽고 간편하고 안전하며 고통이 적은새로운 치료법에다 위험.부작용이 거의 없어 세계인의 관심을 불러 일으키기에 충분할 것이다. 비질환성 통증, 피부미용, 비만 등에도 상당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세계적인 대체의학으로 성장할 토양은 넉넉한 셈이다.

0..70년대 개발된 고려수지침 요법의 원리는 3가지로 요약된다고 한다. 첫째, 손은 인체의 축소판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각 손가락은 오장(五臟)과 관련성을 갖고 있어 이를 자극함으로써 내장기능을 조절할 수가 있으며, 손에는 14개의 기맥과 345개의 치료점이 있다는 것이다.

다소 비과학적인 논리인지모르지만 이미 침술 효과는 의학계에서도 인정받고 있다. 거창한 중국식 침술에 비해 간편한 고려수지침은 일반화에도 쉽게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수지침이 한국 문화의 '세계화'에 송곳 역할을 해 주길 기대해 본다.

윤주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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