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중소기업주간'특별좌담회 지역중기 경쟁력 강화책은

지역 중소기업이 대기업 하청생산, 주문자상표부착(OEM)생산 위주의 취약한 산업구조로 인해 국내외 급변하는 산업환경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미국, 유럽 등 선진국 불황과 미국-중동사태의 직접적 영향을 받아 수출 부진, 가동률 저하, 경영난에 시달렸다.특히 전세계적 생산기지로 변모하고 있는 중국의 저가 물량공세는 최근 지역 중소업종 전반의 뿌리를 흔들고 있다.

때문에 중소기업의 자생력 확보가 시급하다. 정부와 중소기업지원기관도 제반 여건개선에 적극 나서야 할 때다.중소기업협동조합(중기협)중앙회 대구경북지회는 '제14회 중소기업주간(20~25일)'을 맞아 매일신문과 공동으로 지난 15일 대구경북지회 회의실에서 '지역 중소기업의 경쟁력 강화방안'을 주제로 지상토론회를 마련했다.

박양우 대구경북중소기업청장, 김해수 대구경북중소기업협동조합협의회장(대한염직 대표), 이춘근 대구경북개발연구원 동향분석실장, 심규섭 중기협중앙회 대구경북지회장이 토론자로 참여했으며 정택수 매일신문 경제부장이 사회를 맡았다.〈편집자 주〉

▲정 부장=지역 중소기업의 현 실태와 대외경쟁력 수준은.

▲이 실장=대구지역 중소기업은 전체 광공업중 업체수 비중(2000년 기준)이 99.6%로 타도시에 비해 높지만 생산액 기준으로는 79.6%, 부가가치 기준으로는 78.6%로 1인당 부가가치 생산성이 낮고 영세하다.

▲박 청장=지역 폴리에스테르 직물은 세계적 수준이며 염색기술은 선진국의 80%, 안경테와 양산, 기계금속 등은 선진국의 65% 정도 수준이다. 2000년대 들어 지역에서 산.학.연 공동 기술개발이 활성화되면서 기술수준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김 회장=염색, 제직을 비롯해 섬유업종의 경우 지역 업계가 다품종소량생산과 고부가가치 제품개발에 역점을 두고 있기 때문에 10년안에 선진국의 기술력을 능가할 것이다.

▲정 부장=지역 중소기업의 취약점은.

▲이 실장=대구지역은 구조적인 면에서 단순 가공형, 하청생산 중심의 섬유 및 기계.금속업의 비중이 높고 부가가치가 높은 전자.첨단기계 업종이 상대적으로 빈약하다는 게 약점이다.

▲박 청장=지역의 근로자 5인 이상 중소제조업 1만700여개 업체중 섬유 및 기계.금속업종이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데 이들 대다수가 하청이나 OEM에 의한 생산방식에 의존, 브랜드 및 혁신기술 개발력이나 마케팅 전략 등이 열악하다. 따라서 대내외 경제환경변화에 대한 대응도 느리다.

▲심 지회장=노동집약적 산업비중이 높아 생산인력이 부족하고 재무구조가 취약해 경영이 금리변동에 따라 쉽게 영향을 받는다.

▲정 부장=업계의 당면 문제점과 애로사항은.

▲김 회장=인력난이 가장 심각하다. 실업자는 많지만 대다수 고학력자로 중소 제조업체 취업을 꺼린다. 외국인산업연수 인력을 현 8만명에서 16만~20만명 수준으로 늘리고 병역특례제도의 대상범위와 업체 지원폭을 크게 넓혀야 한다.

또 에너지와 환경분야에 투입되는 비용이 늘어나 생산성 향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이 분야에 대한 정책적 지원이 아쉽다.

▲심 지회장=자금, 인력, 판매난이 지역 중소기업의 3고(苦)이다. 자금난의 경우 현재 정부의 저금리 정책으로 다소 완화됐으나 최근 가동률 증가에 따라 생산인력 부족현상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인력난은 대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임금과 열악한 근무환경에 그 원인이 있기 때문에 정부가 중소기업 생산직 근로자 임금의 일부를 보전해주는 지원책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김 회장=현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주5일근무제'는 중소기업에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주5일근무제는 중소기업 인건비를 19.8% 증대시키는 요인이 된다. 중소기업의 경우 충분한 준비기간을 통해 충격을 완화시킬 수 있도록 2005년 이후부터 단계적으로 도입할 필요가 있다.

▲정 부장=지역 산업구조 개선방안과 정부의 지원방향은.

▲이 실장=전통산업의 질적 고도화와 정보통신(IT), 생명공학(BT), 나노기술(NT), 문화산업(CT), 환경산업(ET) 등 첨단산업의 육성이 조화를 이뤄야 한다.

섬유산업은 포스트 밀라노프로젝트를 중점 추진하고 특히 패션.어패럴 부문과 섬유기계 분야에 투자를 늘려 직물생산 위주의 중간부문에 치중된 산업구조를 개선해 나가야 한다.

기계산업의 경우 기계부품소재기술혁신센터를 효율적으로 운영하면서 부품소재 및 메카트로닉스 산업을 육성하고, 수요업체와의 공동기술개발 및 전략적 제휴를 모색함으로써 구조를 개선할 수 있다.

첨단산업은 동대구벤처밸리와 소프트웨어진흥지구를 활용해 5T산업중 특히 IT, NT, BT산업 육성에 초점을 맞추고, 구미지역과의 연계성을 고려해 대구에 e-밸리(또는 디지털 밸리)를 조성할 필요가 있다.

▲박 청장=정부는 '중소.벤처기업육성'을 올해 최우선 경제정책 과제로 삼아 중소기업 구조개선에 힘을 쏟을 계획이다. 지역에서 기술혁신형 중소기업(INNO-BIZ) 100여개 업체를 발굴해 대학, 연구소와 연계한 컨소시엄 사업을 지원하는 등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하겠다. 또 중소기업 디지털화를 촉진하기 위해 지역업체에 e-비즈니스 시스템을 설치하는 등 정보화 인프라 구축을 적극 지원할 예정이다.

▲정 부장=중소기업 경쟁력강화를 위해 업계와 정부가 해야할 일은.

▲심 지회장=지역 주력산업인 섬유와 특화업종인 양산, 안경, 자전거 등은 중국의 저가제품과의 경쟁으로 내수시장에서도 판매난을 겪고 있다. 기술개발과 디자인, 브랜드 개발을 통해 국제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또 중소기업협동조합 차원의 공동구매, 공동판매사업뿐만 아니라 공동 연구개발, 공동물류, 공동 상표개발 등을 통해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정부는 외국인산업연수생 한도를 대폭 확대하고 중소기업의 안정적 판로확보를 위해 '단체수의계약제도'를 지속적으로 유지할 필요가 있다. 특히 공공기관은 지역 제품을 적극 구매해 중소기업과 지역경제 활성화에 앞장서야 한다.

▲김 회장=중국을 비롯한 동남아 후발개도국의 추월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아직 우리의 기술수준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저임금을 바탕으로한 낮은 생산원가가 국제시장에서 가격경쟁력을 갖는다. 꾸준한 기술개발과 품질향상만이 이들을 앞서는 길이다.정부는 수출과 투자가 본격 회복될 때까지 저금리 정책기조를 계속 유지해야 한다.

▲박 청장=중소기업들이 국내외 환경변화에 발빠르게 대응하기 위해서는 e-비즈니스 시스템 도입, 적극적인 경영혁신 등 자구노력이 절실하다.중소기업청은 중소.벤처기업의 경영안정과 창업을 촉진하고, 특히 성장이 유망하고 연구개발에 힘쏟는 기업에 대해 자금과 정책적 지원을 집중하겠다.

▲이 실장=판매 마케팅 전략을 강화해 채산성을 높이고 지역 공동브랜드에 참가해 자기 상표의 이미지를 높여야 한다. 동종 업종별 공동 브랜드 개발도 검토해볼 만하다. 특히 우산, 양산, 안경 등 지역 특화업종은 저가품과 차별화를 이뤄내고 OEM수출을 지양하는 대신 자사 브랜드를 각종 국제박람회나 전시회에 내놓아 이미지를 높여야 한다.

인터넷 홈페이지, 전자우편 등을 이용한 전자상거래를 활성화하고 대만의 분업생산시스템과 같은 기업간 협력체계 구축도 고려해볼 만하다.지역 기업들이 기술집약형 첨단제품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창업보육센터' '지역협력연구센터(RRC)' '산.학.연 공동기술 컨소시엄' 사업 등을 적극 활용하고 수출지원분야는 KOTRA, 한국무역협회, 중소기업청 수출지원센터 등 기관을 이용할 필요가 있다.

정부와 지자체는 담보력이 약한 영세 중소기업에 대해 기업의 장래전망이나 사업성, 경영주의 특성 등을 반영한 신용자금 대출 및 기술지원을 모색해야 한다.

정리=김병구기자 kb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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