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현장에서-봉화·영주지역 과수농 울상

"하늘도 무심하시지. 어째 3년째 계속해서 우박피해를 입어야만 하는지...".태백산맥 해발 1천207m 문수산을 낀 봉화 물야면의 개단1·2·3·4리와 봉성면 금봉2리 농민들은 심한 허탈감에 빠져 있다.지난 18일 밤에 두차례 쏟아진 우박으로 생명줄과 같은 과수원이 쑥대밭처럼 변했기 때문.

대부분이 사과농사로 생계를 유지하는 이곳 농민들은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하다며 애꿎은 담배만 연신 피워 물고 긴 한숨을 내쉬었다.30년동안 사과농사를 지어온 백종학(52·물야 개단1리)씨는 "지난 94년 엄청난 우박피해를 입은 뒤 올해처럼 피해가 심한 경우가 없었다"며 "6천여평의 사과밭에 상처입지 않은 열매가 없을 정도"라 말했다.

부인 금말희(52)씨도 "성한 열매가 없어도 우박 피해를 입으면 3년 동안 피해가 지속되기 때문에 농약대와 품값이 많이 든다"며"앞으로 농약 살포와 열매솎기 등의 관리를 해야 하지만 힘이 나지 않는다"고 허탈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백씨 부부는 그나마 형편이 나은 편이다. 해마다 되풀이 되는 우박피해를 대비해 작년에 이어 올해도 농작물 재해보험에 가입해 놓았기 때문이다. 같은 마을에서 과수원 1㏊를 경작하는 최인하(67)씨는 "한꺼번에 50여만원이란 목돈을 내야 한다기에 보험을 들지 않았는데 앞으로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막막하다"고 하소연했다.

봉성면 금봉2리에서 3천여평의 과수원을 경작하는 김의열(56)씨는 "10년 전부터 한해 건너 한번씩 우박피해를 입었는데 재작년부터는 해마다 우박피해를 당한다"며 "지난달의 서리 피해에 이어 우박 피해까지 입어 사과가 커도 속까지 심이 박히기 때문에 쥬스 등 가공용으로 판매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김씨는 또 "평년작만 돼도 2천500만원 이상의 소득을 올렸는데 작년에는 52만원의 보험료를 내고 우박피해로 901만원의 보험금을 타는 데 그쳤다"면서 "올해는 작년보다 보험금 산정이 까다롭다는데 제대로 보험금을 탈 수 있을지 걱정"이라 말했다.

같은 마을의 김주홍(39)씨 역시 "30여가구 40여㏊의 과수원이 사과 한알당 3~10군데에 우박을 맞을 정도로 피해가 크다"며 "일부 영세농들은목돈을 들여 보험에 가입해도 피해를 입지 않으면 손해본다는 생각으로 가입을 기피하므로 59%(자부담 41%)인 정부보조금을 좀 더 높여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해마다 연례행사처럼 우박피해를 입고 망연자실한 문수산 주변의 사과재배 농민들은 20일 과수원으로 달려가 영양제와 살균제를 살포하는 등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땀을 흘리고 있다.

한편 이날 역시 우박피해를 입은 영주시 평은면 평은리 영지산 주변 사과재배 농가들도 걱정은 마찬가지였다. 석형일(52)씨는 "그동안 이 마을에는 우박피해를 보지 않아 마을 농민중 한명만 재해보험에 가입했다"며 "나머지 20여 농가는 농약대와 중고생 학자금 면제, 각종 농사자금 상환 연기등의 혜택을 보지만 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 말했다.

안동기상대 이우식 예보관은 "봉화와 영주는 지형상 태백·소백산맥으로 둘러싸인 분지여서 땅에서 발생한 따뜻한 공기가 산을 타고 상승하다 빠져 나갈 곳이 없기 때문에 연간 3, 4일정도 우박이 내린다"고 말했다.

봉화·영주 김진만기자 factk@imaeil.com

농림부 등 피해조사 나서

한편 농림부와 경북도는 봉화와 영주 등 경북 북부지역에 지난 18일밤 내린 우박의 피해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남에 따라 20일 긴급 조사에 나섰다.

농림부와 경북도는 이날 합동으로 현장 피해조사를 벌이는 한편 앞으로 정밀조사를 거쳐 피해대책을 마련키로 했는데 피해면적도 당초 잠정집계한453㏊보다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21일 오전 현재까지 피해면적은 봉화군이 644㏊이며 영주시도 124㏊의 피해를 입은 것으로 잠정집계됐다.

봉화·영주 김진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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