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현장에서-"의성 사과농사 안동사람이 짓죠"

22일 오전 5시가 막 지날 무렵 지방도 914호선인 의성 옥산삼거리에 60여대의 승합버스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달리고 있었다. 모자라는 일손을 구하러 안동과 의성읍 등지로 나가는 과수농가들의 원정 차량이다.

승합차 대부분은 안동의 아파트촌이나 의성역 등지로 몰려가고 승합차들이 도착하면 모자를 눌러 쓴 50∼60대 아주머니들이 하나둘씩 차에 오른다.

이들 중에는 낯선 사람도 가끔 섞여 있지만 대부분은 10년 전부터 의성 옥산의 과수농가들과 인연을 맺어온 이들로 안동에서는 중산층의 가정주부이다.

이들의 하루 품삯은 보통 3만원 정도. 농가마다 차이는 있지만 통상 점심과 간식이 제공된다.

옥산과 점곡에 대규모 사과단지가 조성된지 20여년이 지나면서 일손이 부족한 대부분의 과수농들은 매년 이런 일을 되풀이, 이제는 연례행사로 자리잡았다.

안동 등지에 원정, 일손을 구해오는 과수농가들은 옥산에만 200여농가에 이르고 점곡에도 100여농가나 된다.

김원백 옥산면장은 "옥산의 사과재배 면적이 580ha로 안동 등에서 일손을 구하지 못하면 사과농사는 포기해야 할 형편"이라며 "이 때문에 옥산 사과는 안동 사람 손에서 나온다는 말이 유행할 정도"라고 했다.

의성 옥산 감계1리에서 사과농사를 짓는 남동화(49)씨도 "안동에서 일손을 구해 사과 농사를 짓는 게 올해로 14년째"라며 "이제는 그들이 한가족 같다"고 말했다.

14년째 안동에서 남씨의 사과밭에 일하러 오는 황기남(여.64.언동시 용상동)씨는 "10년이면 강산도 변하는데 10년 넘게 남씨 과수원에 일해 이제는 내집에 와서 일하는 기분"이라고 했다.

안동에서 원정온 이모(여.59.안동시 용상동)씨 역시 "품삯도 품삯이지만 이제는 너무 정들어 다른 과수원에서 일손을 청해도 못가는 형편"이라고 했다.

의성.이희대기자 hdlee@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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