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민영화 KT의 최대주주 떠올라-SKT '기습공격'경쟁사 경악

지난 21일 국내 최대 공기업 KT의 정부지분(28.36%)이 전량 매각되면서 재계의 판도가 뒤흔들리고 있다.이동통신업계 부동의 1위인 SK텔레콤이 KT지분 11.34%를 확보, 최대주주로 부상하는, 누구도 예상치 못한 결과가 빚어졌기 때문이다.

반면 전략적 투자자 LG전자와 대림산업은 각각 2.27% 및 1.39%를 취득하는 데 그쳐 사외이사 추천권이 주어지는 지분 3%에도 못미쳤다. 아예 삼성은 SK텔레콤의 '변칙플레이'로 인해 단 한 주의 KT 주식도 매입하지 못했다.

당초 정통부가 내세웠던 정부지분 완전매각 및 적정가격(주당 5만4천원) 매각의 목표는 달성했으나, 적절한 지분분산을 통해 다수의 전략적 투자자를 유치하고 이들에게 KT 경영참여의 길을 열어준다는 방침은 SK의 책략(?)에 말려 수포로 돌아가고 말았다.

SK텔레콤의 '깜짝쇼'는 '계속되는 거짓말'과 '연막·위장 작전'을 배경으로 삼았다. SK텔레콤은 KT 민영화 발표 이후 줄기차게 "우리는 안들어간다" "KT 지분매입을 부정적으로 생각한다"는 입장을 언론과 증시에 흘렸다. KT주식 전량매각을 위해 주가상승을 바랐던 정통부는 비상이 걸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이달 17일 SK가 '참여를 고려하고 있다'로 입장을 바꾸자 오히려 정부의 입김 때문이 아니냐는 분석까지 나올 정도였다.

그러나 정작 지난 18일 주식청약 결과가 발표되자 정통부와 재계가 모두 충격에 빠졌다. SK텔레콤이 원주 청약 최대한도인 5%를 모두 청약, LG전자 등 전략적 투자자 누구도 KT에 사외이사를 추천할 수 없는 상황을 만든 것이다. 3%의 주식을 확보, 사외이사 추천권을 확보하려던 삼성은 이번 KT 공모에서 완전히 '왕따'로 전락했다.

원주 청약 5% 중 3.78%를 배정받은 SK텔레콤은 원주분량의 두 배를 교환사채(EB) 또는 주식으로 청약할 수 있다는 규정에 따라 20일 5.77%의 주식을 추가로 청약했다(합계 9.55%).

이번에도 SK텔레콤의 '속임수'는 계속됐다. 18일 깜짝쇼로 주목을 받았던 SK텔레콤 고위간부는 "SK텔레콤은 주식과 교환사채를 합쳐 KT가 보유한 SK텔레콤의 지분인 9.27%와 동등한 수준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하루 만에 거짓말임이 드러난 것이다. SK텔레콤은 21일 나머지 1.79%도 모두 교환사채로 청약함으로써 확보할 수 있는 최대 지분인 11.34%를 확보, KT의 최대주주로 부상하면서 '제1막'을 내렸다.

이와 관련 SK텔레콤측은 "우리에게 배정된 교환사채를 청약하지 않으면 물량이 일반투자자와 기관투자자에게 분산됐을 것"이라며 "교환사채는 KT와 협의, SK텔레콤 계열사를 제외한 제3자에게 조기 매각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한편 'SK텔레콤이 교환사채의 일부를 넘길 것을 제안했지만 삼성이 거부했다'는 설이 나돌고 있는 데 대해 삼성측은 "입찰을 통해 받은 주식을 제3자에게 넘기는 것은 부당거래이기 때문에 애당초 가능하지도 않고, 그런 제안을 받은 적도 없다"고 부인했다.

SK텔레콤이 '비신사적 행위'라는 비난을 무릅쓰고 무리하게 KT 지분을 확보한 진짜 이유는 뭘까. 재계와 언론은 SK가 KT의 경영권 장악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는 강한 의심을 보내고 있다.

물론 SK의 주장대로 현행 전기통신사업법과 공정거래법 등에 따르면 이동통신 1위 업체인 SK텔레콤이 유선통신분야까지 지배할 수는 없다. 하지만 상황이 변해 KT가 오너체제로 넘어간다면 최대주주인 SK텔레콤이 가장 유리한 입장에 선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81년 유공인수, 93년 이동통신 인수 등 거대 공기업을 인수하면서 급성장한 SK의 전력에 비춰볼 때 이번 KT 주식공모는 결코 예사롭지 않다는 분석이다.

또 KT 주식공모전에서는 SK가 완승(?)을 거뒀지만, 향후 삼성, LG 등 다른 재벌그룹의 반격이 만만치 않을 것이기 때문에 재계의 긴장이 상당히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SK 독주에 대한 비판여론을 무마하기 위한 정통부의 사후조치도 주목된다.

앞으로 '한전 발전회사 민영화' '한국가스공사 민영화' '현대석유화학 매각' 등 굵직한 인수·합병(M&A)전이 남아있는 점을 감안하면 SK가 자칫 우화속의 '양치기 소년'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이제 그 누구도 SK의 말을 액면 그대로 믿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석민기자 sukmi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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