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홍업수사, 숨 고르기

검찰이 대통령 차남 김홍업씨 등 주요 소환대상자 처리를 월드컵 이후로 미룬 것은 월드컵이란 국가적 대사에 검찰이 협조하지 않을 수 없다는 내부결론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물론 여기에는 홍업씨 비리의혹을 뒷받침할 만한 뚜렷한 단서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검찰 수사팀의 현실적인 어려움도 작용했다.

홍업씨의 핵심측근들인 김성환씨나 유진걸씨가 홍업씨 관련의혹에 대해 약속이나 한 듯 모두 입을 굳게 다물고 있는 데다 홍업씨의 의심스러운 뭉칫돈도 출처나 용처 추적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홍업씨가 측근들을 통해 각종 이권에 개입한 물증이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월드컵 이전 소환 및 사법처리 절차를 밟기가 사실상 불가능할 뿐 아니라 대회기간에 대통령 아들 사법처리로 '잔칫집에 재를 뿌리는 일'을 할 수는 없다는 판단이다.

특히 검찰은 대통령 3남 홍걸씨가 15억4천여만원의 대가성 있는 금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마당에 홍걸씨보다 국내에서 더 많은 자금을 움직인 것으로 알려진 홍업씨를 국민정서상 단순히 조세포탈 혐의로 처벌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비록 수사가 당초 예상보다 장기화되더라도 홍업씨 주변의 의심스런 자금의 출처를 철저히 확인해 국민적 의혹을 완전히 해소하는 것만이 검찰에 대해 누적된 국민들의 불신을 해소하는 길이라고 검찰은 판단하고 있다.

검찰이 이수동 전 아태재단 상임이사에게 수사정보를 누설한 의혹을 받고 있는 김대웅 광주고검장, 평창종건측에서 3억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는 심완구 울산시장, 이 전 이사에게 승진을 부탁한 것으로 알려진 이모 전 해군참모총장의 신병처리를 월드컵 이후로 연기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김 고검장의 경우 검찰은 본인이 혐의를 극구 부인하며 버티고 있어 내부 유출자 등 보강조사가 필요하고, 심 시장은 사실상 모든 주변조사가 마무리된 상태지만 울산이 월드컵 개최도시라는 점 등을 고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검찰은 이같은 주요 소환대상자 신병처리 연기가 월드컵기간 수사중단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한다.

홍업씨의 경우 고교동기 김성환에게 빌려준 18억원, 돈 세탁한 것이 확인된 28억원, 유진걸씨 차명계좌에 있는 32억원 등 주변의 의심스런 돈에 대한 계좌추적에 주력하고 소환조사도 주요 인물 이외에는 계속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검찰 관계자는 "정치권에서도 여야가 정쟁중단에 합의하는 등 월드컵 분위기 조성에 힘쓰는 만큼 검찰과 언론도 국가대사를 치르는데 기여해야 하지 않겠느냐"며 "그러나 대회기간에도 드러나지 않게 수사는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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