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 4대 지방선거는 지난 95년과 98년에 이어 세번째 '풀뿌리 축제'이다. 91년에 가장 먼저 부활한 지방의원 선거까지 거슬러 올라가면 네번째다. 따라서 지방자치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할 시점에 와 있다.
하지만 '강산도 한차례 변한다는 지난 10년간 우리 지방자치는 변했는가'. 또 '풀뿌리 민주주의라는 지방자치 본연의 의미를 잘 살려 나가고 있는가?'
이러한 물음 앞에서 이번 선거는 천금같은 무게로 주민들에게 다가가야 한다. 명실상부한 지방자치의 실현을 향한 노력과 함께 날로 커져만 가는 지방과 서울의 격차를 좁히고 지방의 살 길을 찾으려는 진지한 표심이 표출되어야 한다.
그러나 16대 대통령 선거를 6개월 앞둔 이번 지방선거는 대선 논리가 주요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대선후보를 선출한 주요 정당들은 이번 지선을 '대선 전초전'으로 규정하고 선거운동도 이 차원에서 전개하겠다는 의지를 감추지 않고 있다. 한나라당은 정권교체 내지 탈환이, 민주당은 정권 재창출이 대표 구호다.
각 정당이 민선 제1기와 2기 선거에 비해 '정치적 색채'를 더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중앙정치에 휘둘리는 지방선거는 끝이 나고도 그 여파는 정치권 전반을 소용돌이로 몰아넣을 수도 있다. 즉 선거 결과에 따라 대통령 후보와 당 지도부에 대한 문책론이 제기되고 정계개편이 촉발될 수 있다.
이번 선거의 비관적인 전망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인류 최대의 축전이라는 월드컵 예선전에 지방선거가 파묻히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16강 진출 염원이 지방선거에 대한 관심보다 더 뜨거운 상황이다.
특히 대구.경북에서는 한나라당의 일방적 우세로 싱거운 싸움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흥미를 반감시키고 있다. 역대 최저의 투표율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바로 여기서 나온다.
지역주의 망령이 지배하는 선거분위기도 빼놓을 수 없는 '관심 종목'이다. 전국적인 관점에서 볼 때 지역색채가 고착화하는 현상은 이번에도 별로 개선될 것 같지 않다. 대구.경북에서도 이같은 현상은 후보 공천에서부터 그대로 나타났다. 한나라당은 전 지역 전 선거구에서 후보 공천을 하고 석권 내지 압승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 4.13 총선의 싹쓸이 재현을 노리고 있는 것이다.
반면 민주당은 대구시장과 경북지사 후보는 내지도 못했고 기초단체장 후보도 대구.경북을 통틀어 4명, 광역의원 후보도 12명을 내는데 그쳐 사실상 김이 빠진 상태다. 한 때 노무현 바람을 업고 '해볼 만하다'며 의욕에 차 있던 모습은 찾을 수 없다. 자민련의 몰락은 더 심각하다. 경북에서 도의원 후보 한 사람만 출마시킬 정도로 당세가 소멸했다. 박근혜 의원의 한국미래연합도 적극적인 지방선거 참여는 못하고 있다. 오히려 무소속의 선전이 군데군데 눈에 띌 정도다.
이동관기자 llddk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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