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를 찾는 외국인들에게 아름다운 추억을 선사할 수 있도록 성실한 손과 발이 되겠습니다".
택시운전 경력 24년의 모범택시운전자 이옥순(46·여·사진)씨는 친절 봉사에 대한 다짐을 환한 미소로 대신했다. 월드컵을 앞두고 수준급의 일본어 실력으로 주목 받고 있는 이씨는 대구모범택시연합회 소속 55명의 운전자 가운데 유일한 여성.
"일본 손님들과 의사소통이 되지 않아 답답했던 경험이 많았습니다. 한·일 월드컵을 맞아 대구를 찾는 일본인들이 더욱 늘어날 것 같아 일본어를 배우려는 결심을 했습니다".
이씨는 용기가 나지 않아 6개월을 망설인 끝에 지난 2000년 말 일본어 공부를 시작했다. 당시 고등학교 2학년인 아들은 영어를, 자신은 일본어를 배우기 위해 시내 모학원에 등록했다.
하루 종일 일에 시달리다 오후 8시30분이면 어김없이 학원으로 달려갔다. 일 때문에 학원을 가지 못하는 날도 허다했고 자식 같은 학생들 틈에서 공부하기도 쉽지 않아 그만두고 싶은 마음도 많이 들었다.
하지만 이씨는 지금 생각하면 그런 용기가 어디에서 나왔을지 모를 만큼 힘든 1년여동안의 학원 생활끝에 일본어 기초를 다졌다.
"아직 부족한 것이 많습니다. 외국어가 하루 아침에 능숙해지는 것도 아니고 이제 겨우 기본적인 의사 소통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씨의 곁에는 일본어 책자가 항상 놓여져 있다. 틈만 나면 복습하느라 책 표지가 너덜해지고 새까맣게 그어진 밑줄에서 그동안 들인 노력의 흔적을 찾을 수 있다.
또 이씨는 민간 외교관이라는 사명감을 갖고 대구, 경주 관광지도 뿐 아니라 유명 식당 책자를 차안에 비치, 친절한 관광 안내 도우미 역할까지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씨의 택시를 타본 일본인 승객들은 대구를 찾을 때마다 이씨를 다시 찾는다. 현재 이씨가 관리하고 있는 일본인 단골 고객만 20여명에 이르고 있다.
손님이 내리고 나면 좀 더 잘해주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늘 남는다는 이씨는 기회가 닿으면 일본 어학 연수를 다녀 오고 싶다는 또다른 계획을 밝혔다.
이경달기자 sara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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