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납치사건 오원춘씨 출사표

유신정권 말인 79년 여름, 전국을 달구고 국제사회에까지 충격을 던졌던 '가톨릭농민회사건'의 주인공 오원춘(52)씨가 23년의 긴 침묵을 떨치고 나섰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경북도의원(영양군 2선거구)에 출마, 제도권 속 개혁을 통해 그동안의 고뇌를 떨칠 또 한번의 '양심선언'을 준비하고 있는 것.

오씨는 지난 78년 주민들이 군청에서 공급받은 씨 감자가 불량품이라며 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피해 보상 요구에 앞장섰는데 이 일로 79년 5월5일 납치돼 포항과 울릉도에서 15일간 감금됐다 돌아왔다.

오씨는 이같은 사실을 가톨릭 신부에게 폭로하고 언론에 공개되면서 영양성당 주임신부와 농민회 총무의 구속, 안동교구장 두봉주교의 추방령, 가톨릭교계와 재야세력의 반발, 프랑스 정부의 항의 등 국면으로 치달으면서 유신독재의 종말을 여는 단초가 됐다.

그때 사건이후 오씨는 진실을 가슴 깊이 묻어둔채 멋드러진 농사꾼으로 살고싶다는 소망을 차근차근 실현시키면서 은둔의 생활을 해왔다.

79년 10월 석방된 뒤 한동안은 자신을 '빨갱이'로 여기는 사람들의 차가운 시선 속에서 고문과 수감생활보다 더한 마음 고생을신앙으로 견뎌내면서 오직 농사에 매달렸고 '유기농 고추재배'를 시작, 이제는 한해 7천여평의 고추농사를 짓는다.

농사꾼 오원춘씨가 제도권 진입의 뜻을 세운 것은 무엇보다도 농업유통과 정책 개선 등으로 농업개혁을 이루기 위한 것.

오씨는 "지금 농업현실로는 농민들의 고통이 너무 크다"며 "희망찬 농촌, 되돌아오는 농촌을 만들기 위해선 농업개혁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영양.엄재진기자 2000ji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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