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외모도 경쟁력'

우리 선조들은 관상(觀相)을 중시했다. 관상학적으로 윗입술이 얇은 사람은 배신할 가능성이 높고, 이마가 좁으면 덕이 없으며, 턱 옆이세모꼴로 뾰족하게 생긴 사람은 비밀을 누출시킬 상이라고 여기기도 했다.

반대로 얼굴에 생기가 있거나 눈동자(기)가 살아 있는 사람,이마가 얼굴의 3분의 1 정도로 훤한 사람, 눈썹이 적당히 검고 선이 올라가다가 내려온 경우도 좋은 관상이라 한다. 어떤 기업들은 아예 신입사원을 뽑는 면접시험에 관상전문가를 참가시키는 경우마저 적지 않을 정도다.

▲이태 전 '외모는 경제다'라는 책이 나와 화제를 낳은 바 있다. 셰익스피어의 '햄릿'에도 외모에 신경을 써서 다른 사람들에게좋은 인상을 심으라는 내용의 대사가 나온다. 사람을 보고 나서 3초 뒤면 결정된다는 첫인상은 그만큼 중요하다. 외모가 다는 아니더라도 속내와는 달리 험악하거나 거칠어 보이는 인상 때문에 불이익을 당한다면 가볍게 넘길 일만은 아니다.

▲미국의 직장 남성들 사이에 성형수술이 열병처럼 번지고 있다 한다. MSNBC방송은 지난해 성형수술을 받은 직장 남성들의 수는최근 몇 년 동안 3배 이상 증가했다고 보도했다. '뉴욕 매거진'도 지난해 850만여회 시술해 전년에 비해 57%가 늘어났으며, 이 가운데 남성은 1997년에 비해 26%나 증가했다고 밝혔다. 지방흡입술, 주름살 제거, 가슴 확대 수술 등이 가장 인기가 있으며, 수술한 사람들은10명 중 6명이 '직업적인 동기'를 그 이유로 꼽고 있다.

▲미국 사회에서도 성형수술은 지금까지 한물간 여배우나 돈 많은 여자들의 전유물로 여겨져 왔다. 하지만 이젠 젊음과 활력이 직장인의 능력으로 받아들여지는 '외모도 경쟁력'인 시대를 맞아 더 나은 외모에 대한 욕구가 이런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모양이다. 특히 40여가지 성형수술 중 주름을 제거하는 '보톡스'의 인기는 가히 폭발적이다. 이 수술은 시술 시간이 짧고 회복기가 거의 필요 없어 휴가 때'소리 소문 없이' 할 수 있기 때문이라 한다.

▲자신의 외모와 이상으로 생각하는 미(美) 사이의 차이가 크면 스트레스를 받고 정신질환에 이를 수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외모도 경쟁력을 높이는 시대이므로 남성들까지 멋지게 꾸미는 것을 사치로만 여길 필요는 없다. 자신에게 주어진 인생을 좀더 긍정적으로 변화시키고, 삶의 질을 높일 방법이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외모 지상주의'와 멀쩡한 신체에 막대한 돈을 들여 변형에 매달리는 일종의 정신병리학적 현상인'신체 변형 장애' 증후군은 경계돼야만 할 것이다.

이태수 논설위원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