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시장 후보 인물 탐구-조해녕

한나라당 조해녕 후보를 잘 아는 지인들은 그를 '원칙'과 '정직'이라는 두 단어로 평가한다. 조 후보 자신이 평생 지켜온 생활 신조 역시 '옳은 것이 좋다'이다. 그러나 때로는 '독선적'이고 '남을 배려할줄 모른다'는 비난을 받기도 한다.

▨공직생활

우선 조 후보를 알기 위해서는 인생 대부분이 녹아있는 27년간의 공직 생활을 더듬어볼 필요가 있다.

"인사때 동료나 상사로부터 '좋다'라는 평을 듣는 사람은 일단 무능한 사람으로 취급을 합니다". 조 후보의 행정고시 후배로 대구시청과 내무부 등에서 부하직원으로 근무한 대구시의회 문영수 처장(51)은 우선 그의 독특한 인사방침부터 들고 나왔다.

문 처장은 "조 후보의 그같은 자세는 소신대로 일을 하는 사람이면 모든 사람에게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없다는 논리"라며 "쉽게 넘어갈 수 있는 일도 반드시 짚고 넘어가는 성격 때문에 직선적이고 엘리트주의에 빠져 있다는 불평을 많이 들었다"고 밝혔다.

경북고와 서울대 행정학과를 졸업한 뒤 대학 동기보다 3, 4년 늦깎이로 71년 행정고시에 합격한 조 후보는 경북도 근무를 시작으로 창원시장과 내무부 행정국장을 거쳐 94년 대구시장을 역임했다. 95년 지방선거에서 민자당 후보로 나와 낙선한 뒤에는 총무처장관(96)과 행정공무원의 '꽃'인 내무부 장관을 지냈다.

보기에 따라 '출세'라고 평할 수 있는 화려한 경력의 이면에는 그 역시 한때 잘 나갔던 경북고 출신이거나 정치적 후광을 입었을 것이라는 '비판'도 없지는 않다.이에 대해 조 후보의 40년 절친한 지기(고교.대학.공무원)인 이해봉 의원은 '능력'이라는 단하나의 '빽'으로 성공한 드문 공무원이라고 평했다.

이 의원은 "상사에게 아첨을 하거나 승진을 위해 자기관리를 전혀 할 줄 모르는 공직자로서는 더 없는 사람"이라며 "그러나 친구나 지인들로부터 청탁이나 부탁을 받아도 원칙을 내세우다 보니 '몰인정한 사람'이라는 비난도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조 후보는 지난 95년 대구시장 선거에서 낙선한 뒤 '살아온 길'에 대해 처음으로 깊은 반성을 했다고 한다.

"엄청난 반 YS정서 탓에 낙선은 어느정도 예상했지만 4등은 뜻밖이었다"는 그는 "솔직히 내무공무원 중에서는 내가 최고라는 엘리트 의식에 사로잡혀 너무 잘난 척하고 살았다는 자기반성을 많이 했다"고 털어놨다.

▨학창시절

조 후보는 경산군 와촌면 덕촌리에서 1만여평의 과수원을 하는 부잣집의 3남3녀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전교생이 100여명 남짓한 와촌초등학교를 다닌 그는 이때부터 남에게 지기 싫어하고 불의를 참지 못하는 성격탓에 '뚝심이'란 별명을 얻었다

그와 관련한 에피소드 하나. 초등학교 4학년 시절 힘센 친구에게 뺏긴 연필 두자루를 되찾기 위해 저녁마다 그 친구의 집앞에서 보름동안 묵묵히 기다렸다고 한다.

이러한 그의 기질은 경북고 2학년 재학시절 4.19의 도화선이 됐던 2.28 대구학생 의거의 주역을 담당하는 것으로 이어진다. 또 서울대에 진학한 뒤에는 한.일 수교 반대 문제로 빚어진 6.3사태 주역으로 다시 등장, 내란죄로 군사법정에 서기도 했다.

한편 조 후보는 수영 국가대표를 지내며 평영 한국신기록을 세우기도 했으며 유도 유단자에 암벽 등반을 즐기는 만능 스포츠맨이기도 하다. 이렇게 외도(?)를 즐긴 탓에 그는 대학원 졸업 3년만인 71년 동기보다 뒤처져 행정고시에 합격했다.

▨가족생활과 퇴임 후 생활

부인 김옥희(58)씨와는 초등학교 동기로 1남 1녀를 두고 있으며 한학자인 조 후보의 부친과 장인으로 경북대 법대에 재직한 고 김병찬 교수는 절친한 친구 사이.

약사인 김씨는 결혼 후 살림에만 전념해 왔으며 조 시장의 '엄명'으로 공직생활 기간 중 관청 주변에는 얼씬도 하지 못했다고 한다. 김씨는 청렴을 신조로 내세운 조 후보 덕(?)에 현재 살고 있는 아파트(60평)가 재개발 되기 전(95년까지)에는 23평짜리에서 살았다고 밝히고 있다.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아들 석주(30)씨는 장학생으로 미국 유학 중이다.

조 후보는 97년 공직에서 물러난 후 자원 봉사 활동에 깊이 빠져 들었다. 그는 한국자원봉사포럼 회장을 맡아 열성적으로 활동해 왔으며 초기단계의 자원봉사활동 정착을 위해 관련 법률 입안의 골격을 만들기도 했다.

이재협기자 ljh2000@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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