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자노트-노후보의 '경상도론'

민주당은 이번에 대구시장과 경북지사 후보를 내지못했다.이에 대해 노무현 대통령 후보는 "대구·경북에 후보도 못낸 마당에 무슨 말이 필요하겠느냐. 유구무언이다"라고 언급했다. 한화갑 대표도 "(이것은)한국정치의 현실이며 이를 타파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언뜻 타당한 것처럼 들리지만 민주당이 대구·경북지역을 포기한 것은 한국정치의 현실이 아니다. 민주당이 지방선거와 대선 정국에서 대구·경북을 포기한 것은 선거역량을 집중하기 위한 전략의 일환이자 민주당의 현 주소다.

그간의 과정을 보면 지지기반이 취약하다는 이유로 신망있는 출마 인사를 찾으려는 노력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 말하자면스스로 '지역당'으로 위상을 축소해놓고 그 핑계는 대구·경북의 정서 탓으로 떠넘겼다.

노 후보는 대통령 후보 당선 이후 부산·경남지역에 네 차례나 찾아 갔다. 부산과 지척거리인 대구와 경북을 한 번도 찾아보지 않은 마당에 어떻게 이 지역의 민심만 탓한단 말인가. 집권을 꿈꾸는 이로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자세가 아닌가.

특히 한 대표는 경상도가 자신의 제2의 고향이라고 공언하고 있을 정도로 영남권과 적잖은 인연을 맺고 있다. 그는 28일 저녁 노 후보와 당4역이 함께 한 부부모임에서도 "나는 전라도는 모르고 경상도는 울진만 빼고 22개 시군을 30바퀴는 넘게돌아다녀 사정을 잘 안다"고 자랑하기도 했다.

한 대표는 '정치적 수사'로 경상도를 고향이라 말하는지, 민주당에 표를 주지않아도 꿋꿋하게 제2의 고향이라고 생각하고 있는지 진지하게 묻고 싶다. 민주당이 진정으로 지역분열 정치구도를 타파하기 위해 영남 출신 대통령 후보를 선택한 것이라면 영남권의 정서를 이해하려는 노력부터 있어야 한다.

서명수기자 diderot@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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