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식물 국회'

'시거든 떫지나 말고 얽거든 검지나 말지'라는 말이 있다. 과일로 치면 시어터진데다 떫기까지한 과일, 사람으로 치면 얼굴이 얽은데다 색깔까지 검은 사람을 두고 말함이니 그 모습이 오죽할까. 그래서 '시거든 떫지나...'라는 말은 어느 한 구석 예쁜 곳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사람을 두고 하는 말이 된다.

▲국회가 후반기 의장단을 구성하지 못한채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식물 국회'로 전락, '시거든 떫지나 말지'란 말을 연상케 한다.16대 국회 전반기의장단과 상임위원장단은 법정시한인 29일로 임기가 만료, 30일부터 새 의장단에 의해 원(院)구성이 돼야 한다. 그러나한나라·민주 양당이 '의장을 서로 차지하겠다'고 우기는 바람에 협상이 결렬, 국회 기능이 정지돼 버린 것이다.

이로써 고용보험법 개정안 등 19개 민생법안의 처리가 지연된 것은 그만두고라도 당장 월드컵 주최국으로서 손님맞이에 차질이 생겼다고 비명이다. 월드컵을 계기로 입국하는 9개국 원수중 7개국은 국가원수 공식방문 절차에 따라 국회의장을 만나야 하지만 의장이 공석이란 사실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난감하단 설명이다.

▲31일로 예정된 국회개원 54주년 기념식과 6월6일 현충일 행사조차 국회 수장(首長) 없이 치러지게 된 것은 또 그렇다치고광역자치단체장에 출마하는 국회의원들의 사표가 수리 안된 것은 참 웃기는 얘기다. 서울시장에 출마하는 김민석 의원을 비롯, 손학규,박광태, 안상수 의원 등이 사표를 냈지만 국회의장이 없어서 사표수리가 안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단체장 선거에 낙선한 후보가 사퇴서를 다시 찾아갈 경우 국회에 복귀하는 해프닝도 가능하다는 설명도 나온다. 아무리 봐도 국회 돌아가는 모습이 어째 어린애 장난같기만 하다.

▲한나라·민주 양당이 국회법상 당적을 이탈하게 돼있는 의장 자리를 두고 이처럼 자기 당사람을 앉히려고 안간힘인 것은 물론 연말 대선(大選)을 앞두고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려는 욕심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우리들 민초들의 눈에는 참 '시고도 떫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월드컵을 위해 코흘리개에서부터 파파할아버지까지 열과 성을 다하는 이 마당에 명색이 국가 지도자들인 이 사람들만은 전 국민의 함성이 들리지조차 않는지 기껏 판이나 깨고 앉았으니.... 참으로 한심하다.

김찬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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