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월드컴 칼럼-진정한 축제로 만들자

스포츠는 인간의 근원적 경향성(傾向性)을 순화시키는 기능도 한다.수렵생활에서 농경 생활로 바뀌면서 인간들은 수렵에 대한 아련한 향수를 가지게 되었고 이러한 대체물로 수렵적 특징을 가진 스포츠를 만들게 되었다는 것이다.

축구도 잘 살펴보면 공격수는 사냥감을 잡으려는 사냥꾼의 모습으로, 수비수는 자신을 보호하고 방어하려는 사냥감의 모습으로 환원해 볼 수 있다.

상대 골문에 볼을 차 넣는 기쁨을 사냥꾼이 맛보는 희열이라 한다면 반대로 골을 먹는 것은 사냥꾼에 잡힌 사냥감의 비애라 할 수 있겠다

축구를 비롯한 모든 스포츠는 항상 이 두가지 면을 동시에 보여준다. 그런데 우리는 언제나 어느 한 면, 특히 사냥감을 잡은 사냥꾼의 모습만을 기대하며 상상한다. 이러한 기대와 상상을 바탕으로 스포츠는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며 발전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수렵생활에서의 사냥활동은 생존과 직결되어 있었지만 스포츠는 그 아련한 향수를 대체해주는 활동인 동시에 그 자체가 즐거운 이벤트이자 인간의 삶을 더욱 멋지게 만들어 주는 활력소라는 것이다.

그런데 지나온 날들을 되돌아보면 우리는 너무 사냥감을 잡은 사냥꾼의 모습만 기대해 왔다는 생각이다. 대표팀의 경기 결과에 따라 사령탑인 히딩크 감독에 대한 믿음과 불신이 극명하게 교차하는 등 성적(16강 진출)에만 정신이 팔려 있지 않았냐는 것이다.

이제라도 16강에서 잠시 눈을 떼 주위를 둘러보고 지구인의 축제인 월드컵을 위한 나와 우리의 작은 행동들을 생각해 보자.

첫째, 안전에 대한 것이다. 경비 담당자가 맡은 바 임무에 충실하겠지만 우리는 우리대로 안전에 대해 항상 생각하며 주위를 둘러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경기장의 엄중한 검문, 검색에 대해 불평할 것이 아니라 조금 더 일찍 운동장에 가서 필요한 조치를 하고 경기를 기다리는 것이 월드컵의 안전과 나의 안전을 확보하는 방안이다.

둘째, 공중도덕에 관한 것이다.차량 홀짝제 운행에 적극 동참하고 경기장에서 쓰레기를 버리거나 의자위로 신발을 신고 걷너가는 행위를 삼가며 화장실 매너를 지키고 셔틀버스를 이용할 때는 줄을 서자.

세째, 승리에 대한 지난친 집착을 버리고 축구 자체를 즐기자.86년 멕시코월드컵 때 미국과의 경기에서 자책 골을 넣은 콜롬비아의 안드레스 에스코바르가 귀국 후 살해당하는 끔찍한 일이 벌어졌다.

경기 자체보다는 승부에 집착한 때문일 것이다. 무심결에 나오는 개인적인 응원이나 야유는 거의 전쟁을 방불케 하는 경우도 많다. 뛰어난 기량을 보인 선수들에게 국적을 떠나 박수와 환호를 하는, 스포츠의 참 맛을 즐기는 진정한 축제의 장이 되었으면 한다.

마지막으로 올림픽이 끝나고 우리나라에도 생활체육의 붐이 조성되었듯이 월드컵이 끝나면 대구에도 눈으로 보는 축구보다 운동장에서 직접 뛰어보는 축구 붐이 일어나길 기대해본다.

영진전문대 부학장(여자축구부 부장)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