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상덕의 대중문화 엿보기

산수화인지 영상인지 구분이 되지 않는 우리 땅 사계, 영상과 배우의 연기가 하나가 되어 어우러져 뿜어내는 컷과 컷. 안성기를 비롯한 조연배우들의몸 사리지 않는 연기, 한국의 자연미를 아낌없이 보여주는 신과 신. 영화 '취화선'은 대사나 내용보다는 영상미가 압권이다. 하지만 관객의 외면을 받고 있다.

'집으로'의 매진행렬과는 대조적이다. 물론 이제부터는 달라질 듯하다. 임권택 감독이 세계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칸 영화제의 장편경쟁부문에서 한국영화사상 최초로 감독상을 받아서다.

칸 영화제는 1946년 9월 20일 첫 행사를 가진 이래 베니스.베를린 영화제와 함께 지구촌 3대 영화제 중 하나로 불리는 영화제. 브리지트 바르도,카트린느 드뇌브, 이브 몽탕, 장 폴 벨몬드, 알랭들롱 등 프랑스 배우가 이 영화제로 국제적 배우의 명성을 얻었다. 미국민 중심의 상업성에 치우치는 아카데미 영화제를 비판하며 예술적 가치를 강조하는 세계최대 영화축제다.

그러나 한국영화는 지금까지 한번도 장편경쟁부문에서 수상하지 못했다.부대행사인 '주목할 만한 시선'에 이두용 감독의 '물레야 물레야' 등이, 비평가 주간에 정지우 감독의 '해피엔드'가, 감독주간에 이창동 감독의 '박하사탕'이 초청되었을 뿐이다.

문화산업에서 상 제도는 특정행위에 보상을 하여 일정한 목표로 이끄는 유인체계. 사회가 원하는 방향으로 유인하는 보편적 제도다. 또한 상업성을 추구하는 제작양태를 순화시켜 미학적으로 질이 높은 문화상품의 생산을 유도하는 순기능이 있다. 그래서일까. 상 제도는 제도가 내세우는 기준에 따를 경우에 한하여 경쟁에 참여할 기회를 제공한다.

그리고 심사결과에 따라 상을 준다. 물론 상의 위력은 대단하다. 수상자가 제작한 문화상품은 그때부터 양질의 상품임을 인정받는다. 유명 브랜드나 KS마크가 공산품의 질을 보장하는 것과 같다.

10년 전, 조디 포스터와 안소니 홉킨스 주연의 '양들의 침묵'은 뛰어난 작품성에도 불구하고 극장측의 압력에 의해 중간에 상영을 종료해야 했다. 흥행성적이 좋지 않아서다. 그렇지만 아카데미영화제에서 작품상 등을 수상하면서 달라졌다. 28만 명의 관객이 모여들었고 당해연도 흥행순위 베스트에 올랐다.

'취화선'에 기립박수를 보내는 이유는 또 있다. 60세를 훌쩍 넘긴 노장 3인방이 보여주는 20년 우정과 건강한 집념이다. 아직도 흙탕물을 일으키는 정치판 3김이 이들을 닮을 수는 없는 것일까.

한상덕(대경대 방송연예제작학과 교수 sdhantk@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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