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월드컵이 생활을 바꾸다

월드컵 열기가 직장인, 주부 등 시민들의 생활패턴과 사고방식까지 확 바꾸고 있다. 대기업, 증권계 등에서는 철저한 사전준비를 강조하는 '히딩크식 사고' 벤치마킹이 유행병처럼 번지고 있고 일부 직장인들은 여름휴가를 월드컵 기간인 6월로 앞당기는 경우도 늘고 있다.

또 저녁 TV 중계방송 시청 편의를 위해 일부 고교에서는 종전 밤 11시까지 실시하던 야간 자율학습을 빅게임이 있는 날엔 임시 폐지키로 했다.

백화점, 할인점 등 유통업계서도 고객들의 월드컵 TV 시청 시간대를 고려, '반짝세일' 시간을 앞당기는 것을 검토 중이다.

삼성경제연구소의 경우 히딩크 축구국가 대표팀 감독의 리더십을 강한 추진력, 비전제시, 철저한 사전준비, 합리적 공동체주의 등으로 분석,기업 경영과의 연계 가능성을 찾는 '히딩크식 경영 보고서'를 발간 준비중이다.

지역 증권업계에 따르면 히딩크 감독이 게임 결과에 연연하지 않고 장기적 안목으로 대표팀을 키워낸 것과 같이 무조건 한탕.대박주의에서 장기적인 가치주 투자로 전환하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는 것.

갈비.삼겹살.호프 집 등 각종 식당의 경우 월드컵 TV 시청을 위해 일찍 귀가하거나 경기장을 찾는 '주당'들이 많을 것으로 예상,음식 준비물량을 줄이는 등 비상영업전략짜기에 골몰하고 있다.

대구시 수성구 ㅇ횟집 주인 박모(45)씨는 "대형 TV 설치 등을 통해 손님들의 발길을 붙잡을 계획이지만 지난 잉글랜드, 프랑스 전 등을 비춰 볼때 손님 감소가 불을 보듯 뻔하다"며 "음식물 준비량을 절반 정도 줄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대형 유통업체들은 장을 보러 오는 주부들이 대거 몰리는 오후 6시를 기준으로 반짝 세일을 해 왔지만 월드컵예선 32경기 중 오후 6시,6시 30분에 시작되는 경기가 20여경기에 달함에 따라 주부들의 장보기패턴에 맞춰 세일 시간을 30분~1시간 정도 앞당긴다는 계획이다.

지역 기업체에서는 월드컵 중계방송이 근무 및 퇴근 시간에 집중돼 아예 여름휴가를 월드컵기간중에 미리 써 버리는 직장인들이 늘고 있다.

모 회사 간부는 "사원들의 끈질긴 요구에 따라 출근 및 퇴근 시간을 모두 한 시간씩 앞당기는 것까지 고려하고 있다"며 "뜨거운 월드컵 열기를 실감한다"고 말했다.

이상준기자 all4you@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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