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12년 나폴레옹의 러시아 원정실패는 '인간'과의 전투 때문이 아니었다. 병사들의 목숨을 차례차례 앗아간 '티푸스열', 미생물의 한 종(種)이었다.
1845년 '감자역병균'이 아일랜드의 감자를 썩게 만들자, 대기근을 피해 신대륙으로 건너온 이들중에 존 F 케네디 미 대통령의 선조도 끼어있었다. 그렇다면 감자역병균이 가장 인기있는 미 대통령을 낳은 것이나 다름없지 않을까?
새책 '미생물의 힘'(버나드 딕슨 저, 사이언스 북스, 1만5천원)은 세균, 바이러스, 곰팡이, 원생동물 등 미생물에 관한 흥미로운 에피소드를 다루고 있다. 미지의 생물들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세계사를 조종하며 인류와 공존해 온 것이다. 경북대 이재열, 김사열 미생물학 교수가 공역했다.
'미생물의 힘'의 영어 원제는 'power unseen'. 인간의 역사와 함께 해 온 미생물은 때로 '위협적인 파괴자' '두 얼굴의 기회주의자'이기도 했지만, '뛰어난 제작자' '든든한 후원자'라는 것. 미생물은 "가장 악의적이고 또한 가장 자애로운 모든 것"을 포괄하고 있다.
책은 미생물 하나하나를 들면서 모두 75종에 이르는 에피소드를 붙였다. 과학적인 지식을 전달하는 가장 쉬운 방법을 택한 셈. 예를 들어 '역사상 첫째가는 살인마는 누굴까?'라는 물음에 저자는 주저없이 '결핵균'이라고 꼽는다. 오웰, 발자크, 키츠, 브라우닝 등 문필가들을 비롯 두 세기 동안 10억의 목숨을 앗아갔다.
매년 지독한 고열과 오한을 동반해 5천만명 이상을 감염시키는 '말라리아', 장티푸스의 원인균인 '살모넬라', 에이즈의 원인체인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등 미생물은 종종 세기말 주인공에 어울리는 공포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빵과 포도주, 치즈를 생산하는 각종 '효모'에서 방귀로 장의 청결을 유지하는 '장내 미생물', 유전공학 발달의 토대가 된 '대장균', 지구를 청소하는 '수소 운반 미생물'에 이르기까지 미생물은 든든한 후원자다.
더 나아가 치료제로서의 가치를 지닌 '유산균', 독성 오폐수를 생분해하는 '로도코쿠스', 세균을 공격하는 바이러스 '박테리오파지', 환경친화적 생물농약 '트리코데르마', 지구 온난화를 막는 '시네코코쿠스'는 인류의 미래를 설계해준다. '미생물의 힘'은 '바이오테크(생물공학)'시대에 알아두면 좋을 미생물 교양서다.
최병고기자 cb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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