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가 축구 열기로 달아오른다. 거리마다 직장마다 온통 축구이야기로 다른 화제는 언감생심 끼어들지 못한다. 대체로 축구는 남자들이 더 좋아하고 여자들은 흥미유발이 상대적으로 뒤떨어지는 모양이다.
우리나라 우스갯소리로 '한국 여자들이 가장 싫어하는 이야기가 남자들의 군대생활 이야기, 축구 이야기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한데도 축구의 마력은 여성들을 축구광으로 변모시키고 남편이 축구광인 아내는 축구로 인해 싸우면서도 축구 상식이 늘어난다고 한다. 축구중계에 따른 채널 쟁탈전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축구를 좋아하는 남편에 물든다는 얘기다.
▲알다시피 축구는 파도의 밀물처럼 밀려왔다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공격과 수비가 교차되는 대표적인 경기다. 400g 남짓한 축구 공을 벌떼같이 몰고 들어가 골문 여는 격렬함은 마치 전쟁이다.
'11명의 전사(戰士)'가 한몸이 되어 상대편의 영토를 유린하고 상대방을 무너뜨리는 축구의 동물적 속성에 우리들이 더욱 열광하는지도 모른다. 인간은 궁극적으로 다른 사람을 지배하기를 갈망하고 그 방편으로 싸움도 불사하는 '전쟁의 피'가 흐르고 있다는 확인이다. 그래서 축구는 수단만 다를 뿐 일종의 전쟁연속이라는 말도 나돈다.
▲한반도가 월드컵 축구대회와 깊은 인연은 54년과 66년에 이루어졌다. 54년 대한민국이 사상 처음으로 스위스대회에 출전해 '무참하게 깨지는' 전적을 남겼지만 선수들은 '온 몸이 부서지도록' 힘을 모았었다. 북한이 66년 잉글랜드 대회에서 8강진출에 성공한 큰 족적은 아시아에서 지금까지도 유일한 기록이다.
이때 8강전에 참여한 '검은 표범' 에우제비오가 월드컵 개막식 참석차 한국에 와 "등번호 8번 박두익이 정말 잘 싸웠다"고 했다. 북한은 8강전에서 만난 포르투갈을 전반전에서 3대0으로 제쳤으나 에우제비오의 대포알 같은 슛 4개를 내줘 3대5로 져 '4강 진출'을 거의 손에 잡았다가 놓쳤다.
▲월드컵은 경기외적인 효과가 대단한 모양이다. 세계 각국이 사회적인 통합의 기회로 삼는다. 극심한 경제난을 겪고 있는 아르헨티나 국민들은 침울한 사회분위기 반전차원에서 월드컵 우승을 목마르게 갈망하고 있다는 보도다.
아르헨티나 축구영웅 디에고 마라도나는 "빈곤과 분열에 찌든 국민의 가슴을 후련하게 해줄 것은 오직 월드컵 우승뿐이다"라고 할 정도다. 월드컵대회를 국운 융성 기회로 삼자는 것이다.
스페인이 월드컵으로 해서 국력신장에 성공한 연장선상의 희망사항이기도 하다. 우리는 월드컵기간 동안 정쟁(政爭) 중단을 선언했다. 시너지 효과의 극대화 차원에서도 수긍이 간다. 우리의 바람은 자라나는 세대들에게 희망과 도전의 메시지 전달이다.
최종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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