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촌티' 코미디다".80년대는 (돌이켜보건대) 무릎이 툭 튀어나오고 궁둥이가 반질반질한 줄무늬 '츄리닝'만큼이나 왠지 후줄근하다. 하물며 똥바가지가 등장하는 달동네를 배경으로 하는 다음에야 얼마나 또 '촌실촌실'할 것인가.
새 영화 '해적, 디스코왕 되다'(감독 김동원, 6일 개봉)는 이처럼 80년대를 배경으로 하지만, 현대적인 웃음코드로 무장한 '명랑복고액션'이다.영화의 기본골격은 감독의 대학 졸업작품 '81, 해적 디스코왕이 되다'를 그대로 따랐다. 대신 볼거리와 주변인물의 캐릭터가 장편영화급으로 보강됐다.
제목부터 심상찮은 '해적…'은 가수 겸업 연기자 임창정과 연기자 겸업 힙합가수 양동근이 출연, 흔한 조폭에다 코믹을 버무린 영화가 아닐까 우려했지만, 근심은 떨쳐버리시라. 탄탄한 시나리오와 배우들의 순박한 연기가 빛나고 있으니. '해적…'은 '강북최고미인' 봉자를 구하기 위해 디스코왕에 도전하는 무대뽀 삼총사의 영웅담이다.
80년대 초 후줄근한 달동네. 미장원집 아들 해적(이정진 분), 푼수같은 봉팔(임창정 분), 어설픈 반항아 성기(양동근 분)는 늘 붙어다닌다.학교 땡땡이, 패싸움으로 소일하던 어느날 해적은 심장이 멎는 듯한 예쁜 소녀 봉자(한채영 분)를 만나지만, 말 한마디 못하고 헤어진다.아니, 그런데 그녀가 어리버리한 봉팔이 동생이라구?
그런데 시련은 이 꼭대기 달동네에도 잊지않고 찾아왔다. 달동네에서 지게와 리어카로 똥을 치우던 봉팔이 아버지가 내리막길에서 넘어져 몸져누운 것.
"울 아부지 다쳐서 내가 똥 펐어. 근데 동생이…술 술집에. 흑~나는 맞기만 하고…". 봉팔은 학교도 거른채 '가업'을 이었지만, 동생 봉자는 아버지 병원비를 벌기위해 룸살롱에 나선 것이다.
'강북최고미인' 봉자를 구출하라! 해적은 친구들을 끌고 야시룸살롱을 습격하지만, 봉자는 이미 인근 황제디스코텍으로 넘겨진 뒤. 디스코텍 '어깨'들과의 대격돌도 패배로 끝나고 디스코텍 큰 형님앞에 무릎을 꿇는다. 이들에게 큰 형님은 엉뚱한 제안을 하는데. 아니 "디스코왕선발대회에서 우승하면 봉자를 내준다"고?
춤이라면 완전초짜인 싸움꾼 해적의 초강력 춤 훈련이 시작된다. 성기어머니를 춤바람나게 한 바가지머리 제비까지 윽박질러서. "봉자야 기다려, 우리가 간다". 봉자구출작전은 과연 성공할까.
"해적…"은 딸딸이 자전거에서 똥바가지까지 80년대 달동네 분위기를 고스란히 살렸다. 능청스런 임창정과 뺀질뺀질한 양동근의 연기가 일품.
이대근, 김인문, 김영애, 정은표 등 색깔있는 배우들의 감초연기도 영화의 중심을 받쳐주고 있다. 이야기 진행이 다소 억지스럽고 과장된 것이 흠.그러나 순박한 연기와 시나리오가 합격점.
최병고기자 cb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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