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2002 '생택관광'의 해 대구·경북의 '생태공원'-(20)영천 오리장림·포항 고란

▨영천 오리장림 숲

영천시 화북면 자천리 자천중학교 옆 국도변의 오리장림. 예부터 자천리 일대 5리(2㎞)에 걸쳐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요즘 오리장림에 들어 서면 각양 각색의 나무들로 분재 박물관에 온 듯하다.

광복 뒤 영천~청송간 국도가 나면서 숲이 좌우로 갈리고 도로확장과 사라호 태풍으로 숲이 많이 훼손돼 지금은 자천중학교 부근 일부에 작은 숲으로 남았지만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유서깊은 숲이다.

수령 300~400년이 넘는 고목과 하늘을 가리듯 울창한 숲을 이뤄 영천명물로 여전히 사랑받고 있다. 은행나무와 왕버드나무, 굴참나무, 시무나무, 느티나무, 팽나무, 풍게나무, 회화나무, 말채나무, 소나무, 곰솔나무, 개잎갈나무 등 활엽수와 침엽수 12종 282그루가 군락을 이룬다.

지난 82년 영천시 천연 보호림으로 지정됐던 오리장림은 99년4월 문화재청으로부터 천연기념물 404호로 지정됐다. 단층 혼유림을 형성, 수구막이와 방풍 및 종교적 기능을 하는 마을숲으로서 인정된 것.

또 향토성과 자연경관적·민속적·학술적 가치가 높고 조상들의 자연애호 사상을 보여주는 귀중한 자료로서 보존가치가 높았기 때문이다. 자천리 마을 앞 제방을 보호하고 마을 풍치림 및 수호림의 역할을 해 마을동민들은 300~400년 전부터 매년 정월 대보름날 자정에 이 숲속에서 마을안녕을 비는 동제(洞祭)를 지냈는데 15년전쯤부터 중단돼 아쉬움을 남긴다.

매년 봄 오리장림의 나무잎들이 무성하게 자라면 그해에는 어김없이 풍년이 들었었다는 전설도 전해오고 있다. 현재 오리장림 숲속의 수령이 수백년된 늙은 느티나무 앞에 덩그렇게 놓인 돌 제단만이 과거 동제를 지냈던 흔적을 보여줄 뿐이다.

영천시 이종기(52)씨는 "화북면에 근무했던 86년까지만 해도 마을주민들이 모여 큰 느티나무앞 제단에 음식을 장만하고 촛불을 밝혀 제사를 지내는 모습을 봤는데 그뒤부터 동제가 중단돼 섭섭하다"고 말했다.

자천2리 임성순(57) 이장은 "오리장림 숲의 관리권이 마을에서 영천시로 넘어가고 고령화와 이농으로 인구가 줄어 동제에 대한 관심도 떨어져 중단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행락철이면 많은 사람들이 철책을 넘어 출입이 금지된 숲 안에서 나무를 꺾거나 술과 음식을 먹고 마시고 쓰레기를 버려 숲을 훼손해도 당국이 방관해 원성을 듣고 있다.

한편 영천시는 오리장림이 천연기념물로 지정뒤 지난 2년간 1억원을 투입해 병든 나무 살리기와 보호철책, 토양개량제 투입 등 숲보호 작업을 벌이고 있다. 영천시 이상득 관광문화재 담당은 "숲 토양을 더 개량하고 사람들의 숲내 무단출입을 막아 숲보호 활동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영천·서종일기자 jiseo@imaeil.com

▨포항 고란초

포항의 한적한 산사인 천곡사(泉谷寺) 한편에 청정 환경에서만 자라는 고란초(皐蘭草) 군락지가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바로 이 고란초가 산사를 찾는 즐거움을 더해준다.

비학산 지맥에 자리잡은 선곡사는 신라 제27대 선덕여왕이 피부병으로 고생하던 중 이 곳 샘물에서 목욕한뒤 완치된 것을 보답하려고 자장율사로 하여금 세우게 한 절.

물이 많고 수풀이 우거져 1년내내 일정한 습도가 유지되는 천곡사 부근의 계곡 1.2㎞ 전역에 걸쳐 환경부가 보호야생 식물로 지정한 대규모 고란초 군락지가 몸을 숨기고 있는 것이다.

고란초과 상록 다년초로 산의 그늘진 바위틈이나 낭떠러지, 벼랑에 붙어 자라는 고란초의 자생 조건은 무엇보다 물안개 등 공중 습도와 청정 환경이 절대적이다. 천곡사계곡이 바로 이런 무공해 조건을 갖춘 것.

천곡령 계곡에서 스며나오는 샘물이 하루 10t에 이르고 인근 냉천리나 참샘미 등의 지명에서도 알수 있듯 산 전체에 물이 많다. 비학산 지맥인 이곳은 깊숙한 산속이라 환경이 더없이 돋보인다.

물안개가 아스라한 천곡계곡을 오르내리다 보면 높이 4~5m정도 되는 암벽면을 따라 수천포기의 고란초가 각종 양치식물과 이끼 사이에서 발견된다. 잎을 살짝 뒤집어 보면 황갈색 포자 덩어리가 두줄로 나열된 것을 볼 수 있다. 이 포자로 번식한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이곳 계곡의 토양이 물에 약한 토질인 탓에 암반 등이 쉽게 붕괴돼 어른 고란초는 귀하고 새끼 손가락만한 어린 고란초가 주류를 이룬다는 것. 여기에다 일부 몰지각한 관광객들이 계곡에서 고기를 구워 먹거나 산림을 훼손, 고란초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고란초는 연기에 매우 취약하기 때문.

천곡사 주지 정오 스님은 "청정환경의 집약인 천곡령을 생태공원으로 지정해야만 고란초 보호가 가능하다"며 "고란초를 죽이는 취사나 채취 행위를 막지 못해 아쉽지만 토사 유실을 막기 위한 사방댐이 설치되면 군락지 보호에 도움될 것"이라 말했다. 정오 스님은 또 "군락지 보호를 위해 언론 보도도 자제되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포항시는 6월부터 고란초 보호를 위해 이곳에 철조망을 설치키로 했다. 그 대신 천곡령을 거닐며 희귀 고란초를 즐길 수 없는 아쉬움도 남는다.

천곡사 가려면 포항에서 7번 국도를 따라 영덕쪽으로 10km쯤 가다 달전검문소 앞 학림천에서 좌회전 신호를 받은뒤 다시 호젓한 왕복 2차로 포장길을 6㎞ 달리면 포항시 흥해읍 학천리 천곡사 표지판이 나온다.

포항·박진홍기자 pjh@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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