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을 모르고 살았던 카레이스키(구 소련 거주 동포) 4세인 20대 가장이 생사의 기로에서 조국 동포들의 도움으로 생명의 불씨를 피우게 됐다.
30일 오후 대구 경북대병원 5652호실. 초췌한 모습의 김 드미트리(24)씨가 병상에서 고향인 우즈베키스탄에서 온 친구, 동료들의 편지를 읽으며 아내(문학 나제즈다.21)와 함께 눈물을 훔치고 있었다.
김씨의 병명은 선천성 심장판막증. 태어나면서부터 병을 앓아왔지만 현지 의료 수준으로는 수술이 불가능한데다 돈도 없어 제대로 치료조차 받지 못한 채 20여년을 살아왔다. 수술을 받지 않으면 5, 6년 이상 살기 어려운 시한부 생명이었다.
4년 전 우즈베키스탄에서 선교활동을 하던 김창석(48) 목사를 알게 됐다. 김 목사와의 만남은 '새 생명의 인연'.
김씨의 병을 알게된 김 목사는 몇 년 전 전도사로 활동했던 대구 사월교회의 집사인 박형근(52.공무원)씨 등과 의논, 김씨에게 새 생명을 찾아주기로 했다. 박씨는 지난 4월 김씨 부부를 초청, 경북대병원에 입원시켰다.
김씨는 4월15일 1차 수술을 받았으나 결과가 좋지 않아 2차례나 더 수술을 받아야만 했다. 병을 오랫동안 방치해 온 탓이다.
3차 수술 결과는 예상보다 좋은 편. 상태가 지금처럼 호전된다면 조만간 퇴원을 할 수도 있을 것이란 병원측의 설명에 김씨 부부와 주변 사람들은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수 천만원에 이르는 병원비를 생각하면 마냥 기뻐할 수만 없다. 대구 서성로교회와 사월교회가 특별헌금을 하고 박씨 역시 친지들을 동원해 모금을 했지만 모금액은 지금까지 병원비 6천300여만원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2천여만원.
김 목사와 박씨는 다시 발벗고 나섰다. 우즈베키스탄에 있던 김 목사는 지역 교회의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 30일 대구에 도착했으며 병원비 보증을 위해 살고 있는 집까지 근저당 설정을 한 상태인 박씨도 모금에 나섰다. 김씨의 수술을 맡았던 장봉현 교수(흉부외과) 등도 수술수당을 받지 않기로 하며 온정을 함께 했다.
김씨는 "여러분의 따뜻한 사랑으로 평소 몰랐던 조국애를 깨닫게 됐다"며 "건강을 되찾게 되면 목회자의 길을 걸으며 이웃을 사랑하며 살 것이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연락처 011-540-7645.
김교영기자 kimk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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