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후(6일)면 현충일 추념식이 47회째를 맞게 된다. 올 현충일은 월드컵과 맞물려 자칫 들뜬 축제 열기속에 추모분위기가 묻혀버리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없지 않다.
그러나 국력과 국민적 단결력이 강한 국가일수록 보훈정신이 투철했던 세계사(史)가 말해주듯, 이번 현충일에는 축구에 강한 나라 들이 하나같이 보훈정신도 강했던 나라라는 색다른 교훈을 되새길 기회가 될 것 같다.
세네갈에게 한골 먹은 상태지만 프랑스는 현재 누가 뭐래도 세계 축구의 최강자다 . 역사상 가장 빈번히 전쟁을 치르며 수많은 전상자를 냈던 유럽국가들 중 가장 앞서 보훈제도의 기초를 다진 국가가 바로 프랑스다.
늙고 불구가 된 군인들을 위한 보훈병원을 세운 것이 332년전인 루이 14세때. 국 민들의 국가에 대한 충성심을 유도하고 국민적 단합을 이끌어 내는데 국가보훈이 갖는 신뢰효과와 정신적 의미를 일찍이 자각했던 뿌리깊은 보훈문화다. 프랑스에 서의 보훈의 의미는 '기억의 정치' 개념으로 이해한다.
'과거를 잊고 기억하지 못 하는 민족은 미래 역시 준비할 수 없다'는 인식은 민족의 불행과 위기를 '누구'의 '어떤' 희생으로 치유하고 극복했는가를 기억하는 것이야 말로 곧 민족의 내일을 준비하는 것이라는 인식과 닿아 있다.
축구강국 영국도 1차대전에서만 100만명이 죽고 300만명이 부상했을 때 전쟁터에 돋아난 붉은 양귀비꽃(poppy)에서 유래된 '포피 데이(poppy day)'를 제정, 이날 하루 전국민이 모조 양귀비꽃을 사서 국가유공자를 돕는 거국적 모금을 한다.
93년 포피데이 경우 무려 4천만송이의 모조 양귀비꽃이 팔려 250억원의 모금을 했 을 만큼 영국 국민들의 보훈정신은 투철하다.
10일 우리와 결전을 갖는 미국 역시 제대군인 보훈을 위해 국방부와 동격인 '제대 군인부'를 둘 정도다.
연간 예산규모도 16개 연방정부 부처중 6위로서 무려 67조원, 부처 인력 역시 국 방부 다음으로 2위다. 그러한 강대국의 보훈 정신은 무명용사묘지가 없는 핀란드에서도 극적으로 찾아볼 수 있다.
그들은 무명용사묘라는 게 없다. 전쟁터에서 전우의 시신을 단 한구라도 버리고 후퇴하는 일이 결코 없기 때문에 애당초 '무명' 묘지란 게 생겨날 수가 없다. 단 한명 전우의 시신을 되찾기 위해 소대병력을 다시 투입하는 전우애와 국가가 호국 병사의 뒤를 끝까지 지켜주는 신뢰에서 국민 단합은 저절로 하나로 묶여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8대0으로 사우디를 깨뜨린 축구강국 독일 역시 보훈예산 비율은 한국의 2배, 프랑 스와 미국보다도 더 높은 세계 최고수준인 3.1%다.
한국은 어떤가. 보훈관련 예산은 정부예산의 1.5%, 거기다 보훈처장의 직급은 이 정권 들어 장관급에서 차관급으로 내려 깎았다. 대신 노사정위원장이니 부패방지 위원장 같은 다소 정치성을 띤 신설기구는 거꾸로 장관급으로 만들었다. '호국용 사의 묘'는 21만기(基)나 묘터가 모자란다.
지방보훈청 산하 기관들은 계속 폐쇄돼 경북도내 변두리 유공자들은 보훈업무를 보려면 280㎞ 길을 오가야 한다. 민족정기를 세워나가고 애국심을 결집시키는 우 선된 가치관이 무엇인지 헷갈리게 하는 사례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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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모레면 현충사나 국립묘지 아니면 현충탑 어딘가에 틀림없이 대권후보자들을 비롯한 싸움판의 정치인들이 갑자기 엄숙한 표정으로 떼지어 몰려와 헌화와 묵념 을 할 것이다. 그 중엔 남북문제만 잘되면 '깽판쳐도 괜찮다'던 사람도 있을 것이 다.
보훈대상자의 대부분이 6·25전쟁의 희생자들이라면 단지 북한의 '깽판'(남침)에 의한 희생자인 호국용사들 묘비 앞에서 남북문제를 놓고 '깽판' 시비하는 사람들 의 가슴속에는 어떤 감회가 담길까.
바로 6개월전 어느 대학의 설문조사에서 전쟁이 나면 나가 싸우겠다는 대학생이 4 6%도 채 안되고 피란가겠다는 학생은 22.5%나 나왔던 현실은 전쟁세대인 어른들의 보훈문화교육과 '기억의 정치'가 잘못 비쳐진 결과가 아닐까.
설사 이번 월드컵에서 16강에 든다해도 축구강국들처럼 투철한 보훈정신이 제대로 심어지지 않으면 진정한 강국도 국민단합도 이끌어 낼 수 없다.
보훈의 달 6월, 8강의 희망과 함께 축구강국들의 앞선 보훈문화와 정신을 거울삼 아 우리의 보훈문화도 뜨겁게 꽃피는 대~한민국이 되기를 다함께 기원하면서 보훈 가족과 국가 유공자들의 희생에 감사와 사랑을 되새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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