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이겼다" "해냈다"

한국축구의 새로운 역사를 썼다. 반세기를 기다려온 "이겼다"는 함성이 한반도를 뒤덮었었다. 국민들은 4일 부산아시아드 주경기장에서 한국월드컵 축구 대표팀이 폴란드를 제압하자 '태극전사(戰士)'들에게 기립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우리가 드디어 월드컵대회에서 첫승리를 낚아챘다.

온국민이 이처럼 환희하고 자리를 박차고 기뻐 뛴 적이 얼마만인가. 대통령 아들 비리 연루의혹, 국회의장도 뽑지 못하고 짜증나는 정치행태(行態)를 잠시 접어두고 한국축구의 '14전 15기', '48년 한(恨)'을 푼 역동(力動)에 바로 감격이다. 우리가 해냈다.

1년 6개월전만 해도 상상하기 어려웠던 한국 축구의 도약이다. 거스 히딩크의 적절한 용인술도 큰 몫은 물론 선수들이 다진 체력, 스피드, 기술의 모든 것이 어우러진 것이다. 한국축구의 잠재력이 올바른 지도와 방향제시가 엮어낸 세계가 놀랄정도의 기량의 발휘다. 이날 중국축구가 코스타리카에 완패해 비탄에 빠지고, 일본축구는 벨기에와 무승부를 기록해 탄식에 빠진것과 비교하면 한국축구는 장족의 발전을 보여줬다.

월드컵에서 첫 승리는 축구이상의 의미가 있다. 무엇보다 해낼 수 있다는 국민들의 자신감의 회복이다. 피곤한 의약분업, 설익은 개혁추진 등으로 갈라질대로 갈라진 국민들의 통합 가속화와 함께 자긍심 고양의 계기도 될 수 있다. 민족의 힘을 한데 모아 나라발전 등 효과는 우리 모두의 바람 아닌가. 전세계에 한민족의 저력과 끊임없는 도전을 보인다면 나라의 이미지 제고는 물론 국가경쟁력도 하루가 다르게 쌓여갈 것이다.

월드컵에서 승리가 우리나라 계층간의 갈등치유 계기도 되었으면 한다. 프랑스는 98년 프랑스월드컵을 통해 인종·계층간의 갈등을 어느정도 해소했다는 소식이다.이제부터 10일 대구에서 벌어지는 대(對) 미국전(戰)이다. 폴란드전에서 보여준 체력과 압박전술로 상대방의 공격을 효과적으로 차단하면 승리는 우리의 것이다. 차고 달리는 스피드와 정교한 패스워크만 이뤄진다면 수비에 능하다는 미국도 힘을 쓰지 못할 것이다.

한국축구 가능성을 열어가자. 이제는 승리의 역사다. 이런 것은 선수들의 투혼, 국민들의 열정과 성원으로 이룩할 수 있다. 이기면 함성, 지면 비난의 순환이 지금까지의 우리 태도였다. 최선을 다했다면 패배한다고 해도 승리이상의 격려가 있어야 할 것이다. 언제나 피와 땀은 일순간 좌절은 있어도 결과는 성취가 아닌가.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가자.

월드컵 16강에 이어 8강을 노리자. 자신감을 가지되 자만은 금물이다. 폴란드대전 초반에 보인 수비의 허점 등을 고치는 자성(自省)도 필요하다. 첫 승리의 고지는 넘어섰지만 이제부터 시작이다. 앞으로 남은 경기에서도 모든 기량을 발휘하기를 바란다. 투지와 도전은 모든 것을 여는 관건이다.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할 '신흥축구 강국' 발판마련은 지금부터다. 나가자, 월드컵 8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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