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열광의 도가니' 한반도

"우리가 해냈다". 2002년 6월 4일 한국의 월드컵 역사는 다시 쓰여졌다.

폴란드와의 월드컵 첫 경기가 열린 부산 월드컵경기장에서 주심의 경기 종료를 알리는 휘슬이 울리자 한반도의 땅과 하늘은 온통 벅찬 감격으로 가득찼다.

반세기에 걸친 월드컵 첫승의 염원이 이뤄진 순간 대구 도심은 온통 붉은색의 축제 거리로 변했다.

차문을 열고 태극기를 흔들며 경적을 울리는 운전자들, 폭죽을 연신 터트리는 시민들, 웃통을 벗어던지고 동성로 거리를 뛰어다니는 붉은 악마들, 그들의 모습은 '우리가 드디어 해냈다'는 사실을 실감케 해 주었다.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한 시민들은 무리를 지어 시내를 돌며 '대-한민국'을 외쳤다. 열광적인 축제물결은 이튿날 새벽까지 이어졌고 대구백화점앞 분수대에서는 한국의 붉은 악마를 비롯 세네갈, 슬로베니아, 남아공 등 외국인 응원단까지 한데 모여 노래와 구호로 한국 승리를 축하했다.

붉은 악마 김호진(22)씨는 "선수, 응원단, 국민 모두가 혼연일체가 돼 경기에 임했기 때문에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며 "16강 확정이 사실상 결정되는 운명의 10일 대구경기에서는 더많은 붉은 함성이 전세계에 울려 퍼졌으면 좋겠다"고 외쳤다.

옥외전광판이 설치된 대구시 중구 동인동 국채보상기념공원은 경기가 시작되기전 오후 4시30분부터 수천명의 붉은 악마 등 1만여명의 시민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오후 6시쯤에는 아예 비집고 들지를 못해 늦게온 수천명의 시민들은 인근 동성로 호프집과 식당 등지서 경기를 지켜보며 운동장에서 직접 뛰는 선수들과 한마음이 되었다.

직장인 배현진(27·여·대구시 달서구 장기동)씨는 "직장 동료들과 함께 퇴근하자마자 붉은색 옷으로 갈아입고 국채보상기념공원으로 뛰어왔다"며 "대표팀이 첫승에 대한 부담을 떨쳐버리고 평소대로 최선을 다한 결과"라며 연신 '필승 코리아'를 외쳐댔다.

경기가 시작되면서 시민들의 열기는 하늘을 찔렀으며 전반과 후반 각각 우리 대표선수들이 한골씩을 넣자 함성과 열기는 절정으로 이어졌다.

택시운전기사 최현택(44)씨는 "시내 밀리오레앞에서 대기하던 중 공원에서 들려오는 함성소리로 우리가 골을 넣은 것을 알았다"며 "비록 운전대를 잡고 있지만 몸과 마음은 경기장에 있는 것처럼 흥분된다"고 말했다.

집으로 돌아가던 박선미(37·대구시 수성구 범어동)씨는 "우리 선수들이 너무 잘 싸워 고맙고 감사하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정욱진기자 penchok@imaeil.com

이상준기자 all4you@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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