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경기는 최선을 다하는 것이 미덕(美德)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이기는 것만은 못한가 보다. 부산의 쾌거에 '아직도 가슴이 뛴다'는 열광분위기는 가라앉지 않고 있고 서울 조계사 대웅전 마당에서 터뜨린 스님들의 환호성은 한마디로승리에 대한 갈채다.
일본 언론이 '한희(韓喜)'라고 표현한 이런 모습과는 달리 폴란드 축구 대표선수 중 일부가 밤을 새워 폭음한 심정은 나락으로 빠질 듯한 비탄이었을 것이다. 폴란드 측에서 보면 '불의의 일격' 충격에서 아직까지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진자의 설움이다.
▲역시 축국공은 둥글다. 개막전에서 세네갈이 세계최강이라는 프랑스 꺾는 이변을 일으켰고 한국팀의 폴란드 제압도 파란으로 친다. 모든 운동경기는 특히 축구는 의외성에 재미가 더해진다는 말을 실감케 한다. 미국이 포르투갈을 격파해 우리나라가 속한 D조의 전력은 절대강자의 부재 현상을 보인다.
FIFA랭킹 5위의 포르투갈이 미국에 지리라는 예측은 없었다. 속도전(速度戰)에서 뒤진 포르투갈은 '늙은 함대'였다. 미국이 일찌감치 전반전에서 3점을 뽑아 이변을 예고한 것이다.
▲우리에겐 달갑지 않은 이변이다. 16강으로 가자면 이젠 미국을 반드시 제쳐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당초 설정한 폴란드 제압, 미국과의 무승부로는 '16강 도약'이 불가능해졌다. 우리팀이 2승을 하고도 16강에 탈락할 수 있는 생각지도 않은 변화가 생긴 것이다.
포르투갈이나 미국을 모두 제치면 모를까, D조 16강 다툼이 안개 속에 접어들었다. 히딩크 감독은 걱정하지 않아도 될 대비책이 있다고 하지만 한.미.포르투갈 모두가 2승1패땐 최악의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우리가 미국에 이겨야 하는 이유다. 폴란드와 포르투갈이 비겨야 우리에게 일단 유리하다. 이 경우 폴란드와 포르투갈은 1무1패가 되고 미국을 이겨 2승을 챙긴 한국의 16강행을 확정지을 수 있다. 우리 모두가 행복한 날을 또 가졌으면 한다. 오는 10일 '달구벌 대첩' 승리에 대한 기대로 밤잠을 설칠 지경이다. 한국이 16강에 진출하면 아시아 나라로서는 세번째 위업을 이룬다.
지난 94년 미국대회에서 사우디아라비아가 16강에 올랐고 66년 잉글랜드 대회에서 8강신화를 일군 북한에 이은 쾌거다. 축구는 전쟁과 비슷하다는 비유는 승리의 파급효과가 그만큼 크다는 뜻일 게다. 그렇다. 스포츠도 승리가 좋은 것이다.
최종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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