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남북축구' 일회용 행사 아니어야

남북축구 대표팀 친선경기가 오는 9월8일 서울 에서 열린다는 소식은 남북대화의 또다른 물꼬트기라는 측면에서 반갑다. 남쪽에선 계속 문을 두드리고 북쪽에선 열듯 말듯 열지않고, 줄듯 말듯 주지않는 답답한 관계속에서 북측이 "축구시합 한판 하자"고 나왔으니 우리정부로선 불감청(不敢請)이언정 고소원(固所願)일 터이다.

그러나 이 제의를 환영하면서도 어째 뒷맛은 개운치 않은게 우리의 솔직한 기분이다. 당국간이 아니라, 박근혜 의원이 이곳을 통해 방북했다는 그 유럽-코리아재단이라는 민간접촉에만 반응하는 북한의 속내가 궁금하고, 또한 이것마저 1회성 반짝행사로 끝나는것 아닌가 우려해서다.

우리는 이 친선경기가 일제치하 서울.평양을 오가며 열렸던 경평(京平)축구의 부활로 연결됐으면 하는 '김칫국'을 어쩔 수 없이 마시게 되고, 나아가 북한의 부산아시안게임 참가로까지 꿈이 부풀어짐도 어찌할 수가 없다.

경평축구는 지금의 월드컵처럼 선의의 경쟁을 통해 젊음을 발산하고 민족의 동질성을 확인해 가는 화합의 한마당이었다.

이것을 재작년 9월 제주도의 제3차 장관급 회담때 부활하자고 쌍방합의 하고서도 지금껏 감감소식이다가 '남북 축구대표 친선경기'란 이름으로나마 열리게 됐으니 좌우간 '시작이 반'이라고 믿고 싶다.

우리는 다만 이 제의를 해온 북한의 속셈이 뜻은 저쪽에 있으면서 엉뚱한 곳을 건드리는 도남의재북(圖南意在北)이 아니길 원한다. 축구시합 제의가 북한 국내적으로는 주민에 대한 선무공작차원이요, 국외적으로는 부시의 대북강경책에 대한 방패용에 그 속셈이 있다면 우리는 또한번 김칫국을 마시는 셈이 되기 때문이다.

양쪽 당국자가 공식 합의한 작년 10월의 장관급회담이나 한달전 7일로 예정된 경협회담을 일방적으로 취소하고 민간접촉에 의한 '손해 볼 일 없는'행사만 톡톡 던지는 북한의 제스처에 유치원 아이처럼 물색없이 좋아만 할 것은 아닌 이유이다. 탁구공이 만리장성을 허물듯 축구공이 휴전선을 허물게 하자면 결코 1회용 행사가 되게 해선 안된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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