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기진의 축구는 과학이다-(12)잔디밭의 현란한 '검은 꽃'

수영, 역도 등 일부 종목을 제외한 대부분의 스포츠에서 흑인 선수들이 강세를 보 이고 있다. 타고난 체력적 특성을 바탕으로 한 이들의 경기력은 백인이나 황색인 을 능가한다.

축구에서도 흑인 선수들의 경기력은 결코 백인 선수들에게 뒤지지 않는다. 지난 58년 스웨덴월드컵 결승전에서 2골을 넣은 브라질의 펠레는 신기에 가까운 축구 기술과 함께 검은 색 피부로 관심을 끌었다. 당시 스웨덴의 금발 소녀들은 윤기가 흐르는 펠레의 검은 피부색에 매료되었다.

검은 피부를 가진 축구선수들의 등장은 축구가 범 세계적인 스포츠임과 동시에 인 종차별을 사라지게 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었음을 의미한다.

브라질은 이후 70년 멕시코대회까지 펠레, 자일징요 등 흑인 선수들의 분전으로 월드컵을 3차례 석권, 우승컵인 줄리메컵을 영원히 가져갈 수 있었다.

남미 10개국 중 유일하게 스페인이 아닌 포르투갈의 식민지였던 브라질은 원주민 인디오, 포르투갈 이주민, 흑인 노예 이주민 등 다양한 인종이 혼합된 나라로 세 계에서 가장 먼저 흑인선수들을 탄생시켰다.

1923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우의 축 구클럽 바스코다가마는 흑인선수들을 영입, 자국 프로리그에서 우승을 일궈냈다.

이후 흑인 선수들은 브라질 대표로 뽑혔고 현재 대표팀의 주축을 이루고 있다. 브라질의 백인선수들도 이제 흑인선수들의 감각적인 능력과 기술을 본받고 있는 형편이다.

FIFA 랭킹 1위 프랑스의 핵심선수들도 흑인 또는 아프리카 출신이 대부분이다. 앙 리와 윌토르, 비에이라, 드사이, 튀랑 등이 흑인이며 지단은 알제리 출신이다. 미 국도 비즐리를 비롯,

또 2002 한일월드컵에 진출한 유럽에서도 흑인선수들을 앞세운 팀들이 많다. 잉 글랜드에는 헤스키와 솔 캠블, 콜 등 흑인 트리오가, 폴란드에는 올리사데베가, 독일에는 아사모아가 포함돼 있다. 아사모아는 흑인으로는 독일 최초로 대표선수 로 뽑혔다. 미국의 측면 공격수 비즐리도 이번 대회를 계기로 스타덤에 오른 흑인 선수다.

흑인선수들의 생리적 운동능력은 이미 오래전부터 스포츠과학자들의 주된 관심이 되어왔다. 이번 월드컵에서 흑인 열풍이 얼마나 거세게 몰아칠 지 지켜볼 일이다.

계명대 체육학과 교수 kjk744@km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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