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월드컵 기자석-FIFA 횡포와 대구 시민의식

'FIFA(국제축구연맹)는 썩었고 한국월드컵조직위와 대구시는 썩은 FIFA에 야합하고 있다'. 그러나 대구시민들의 질서의식과 헌신적인 손님맞이 정신은 빛났다.

월드컵경기장 빈자리 사태와 관련, 일본 사이타마현 지사는 지난 5일 기자회견에서 "FIFA는 썩어 있다"고 비판했다. 일본 월드컵조직위원회도 이와 관련 8일 법적 조치를 검토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일본에서는 입장권 판매 수익이 조직위와 개최도시의 몫이 아니고 FIFA의 몫이었다면 FIFA가 이처럼 입장권 판매를 방치했겠느냐고 반문하고 있다.

공동개최국 일본의 이같은 적극적인 문제해결 의지와는 달리 한국 조직위와 국내 개최도시는 남의 일인양 오히려 외면하는 인상이다.

가장 큰 피해자인 대구시는 한걸음 더 나아가 빈자리에 대한 책임을 들어 조직위, FIFA와 흥정을 했다.

8일 대구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남아공-슬로베니아전을 관전한 박모(38·공무원)씨는 대구시가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 발급한 '자원봉사 참여증'으로 공짜 입장한 관람객들을 본 후 분함을 참지 못했다.

시에서 강매한 표 2장을 예매했고 이날 4장을 더 사서 가족들과 함께 왔다는 박씨는 "이런 식으로 한다면 앞으로 누가 돈을 주고 표를 구입하는 등 대구시에 협조하겠느냐"고 흥분했다.

대구시는 이날 1만장, 지난 6일 3천장의 자원봉사 참여증을 만들어 나누어줬다. 대구시는 또 FIFA 광고판 때문에 시야가 가려 사석 처리한 1만여석이 보기 흉하다는 이유로 조직위와 협의해 천으로 덮었고, 미국전에서는 다시 덮은 3천400석의 천을 벗기고 관람석을 팔게 했다.

이는 대구시의 발빠른 행정력으로 치부할 수도 있겠지만 짚어보면 철저히 원칙을 무시한, 스포츠의 '페어플레이 정신'에서 벗어난 행위에 다름 아니다.

그동안의 월드컵 준비 과정을 들여다봐도 조직위는 무사안일주의로 일관했고, 대구시는 10만여명의 관광객이 몰려 올 것으로 잘못 판단, 도로 단장과 나무심기 등 보이기 위한 행정에 치중했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

반면 두차례의 대구경기에서 시민들은 성숙한 시민의식을 선보였다. 슬로베니아, 세네갈 등 이름조차 잘 알려지지 않은 팀들이었지만 3만여명의 많은 관중이 입장, 수준 높은 응원·관전태도를 선보였다.

비록 비자발적인 조직이었지만 각 팀의 서포터스들은 열렬한 응원을 펼쳐 해당 국가에 깊은 인상을 심어줬을 것으로 기대된다.

김교성기자 kgs@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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